본지 설문에 응한 전직 금통위원 대부분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현실적이라고 보았다. 또, 남유럽 사태는 해결까지의 변수가 워낙 많아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 위원은 “남유럽 사태는 그동안 국가가 다른 나라로부터 빌린 돈(빚=부채=국채)을 가지고 국민들 복지에 사용하다가 더 이상 다른 나라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고 갚으라고 하면서 문제가 된 경우”라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7명의 전 금통위원은 다음과 같다. 김명호 전 총재(1993.3~1995.8), 이성남 민주당 의원(2004.4~2008.3), 심훈 전 위원(2006.4~2010.4), 최운열 서강대 교수(2002.4~2003.12), 김병일 한국국학연구원장(2002.4~2004.1), 이덕훈 전 위원(2004.4~2008.4), 남궁훈 전 위원(2000.4~2004.4)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회복추세에 있던 세계경제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때문에 금리인상은 늦출수록 좋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직 금통위원들은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조치가 디플레이션을 조장할 정도의 급진적인 조치는 아니다. 현재 상황은 금리가 너무 낮은 것이 더 문제다. 단지 눈으로 보기에 금리를 인상시킬 경우 경제 성장률 등의 지표가 잠시 정체를 보일 수는 있다. 이것을 여론이 싫어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은의 정책은 원래 인기와는 상관이 없다. 현재 금리는 지나치게 낮다고 본다.”

-“지금은 디플레이션 걱정보다는 시장의 과다한 유동성을 점차적으로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얘기하면 급격한 인플레이션 만큼이나 디플레이션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올릴 수는 없는 것. 단편적으로 접근 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 등을 감안할 경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금리정책(금리인상)과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시장 자체에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할 경우 충격도 클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금리인상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4%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주요 선진국보다 아직 높은 편이며,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 내외인 전세계 50위권 근처여서 아직도 발전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나라다. 이처럼 발전여지가 많은 나라이고 또 열심히 국민들이 일을 해서 좋은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에 계속 투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외에서 계속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러한 유동성을 흡수하는 입장으로,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유동성을 공급하는 입장이 아니다. 디플레이션은 유동성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처럼 우리나라는 자의든 타의든 현재 유동성이 국외에서 계속 유입되고 있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점에서 재정부의 시각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남유럽 사태, 장기화할 것

남유럽 사태와 관련, 가상 금통위에 참석한 전직 금통위원들은 “유로존의 핵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 문제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얽혀 있기 때문에 사태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대해 이견이 없었다.

-“남유럽 국가 재정 위기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크게 동요했던 국제 금융시장은 주요국 정책당국, IMF 등의 적극적 정책공조로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재정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한 움직임을 나타낼 위험이 잠재돼 있다. 다만, 2008년 리먼사태 직후와 같은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 국가 중 경제가 건전한 강국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을 위해 나선다면 괜찮다. 재정적자가 오래 지속돼 누적된만큼 국민경제가 오랜기간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데, 그리스 등의 나라를 보면 국민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보인다. EU의 통합을 유지하려면 독일과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정시켜야 한다. 아니면 EU의 존립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재정정책은 각 개별 나라별로 수립 집행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Policy mix(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실현키 위하여 재정정책, 금융정책, 외환 정책 등 각종 경제정책수단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의 효과가 극대화하기 어렵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유로존은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하나의 환율과 금리 정책으로 묶여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고, 또한 상호국가간의 채권, 채무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로연합의 과감한 조치로 최악의 국면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국가들간의 긴밀한 정책 공조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세계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 나타난 재정적자 문제가 미국의 리스크(리먼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보다도 오히려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 내년까지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남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국가가 다른 나라로부터 빌린 돈(빚=부채=국채)을 가지고 국민들 복지에 사용하다가 더 이상 다른 나라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고 갚으라고 하면서 문제가 된 경우다. 일본은 정부부채가 GDP의 200%에 육박하여 남유럽국가들에 비해 배나 더 높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고 자국 국민들이 국채를 사주었기 때문에 아직 문제가 안되고 있는 경우다. 따라서 남유럽국가의 재정문제는 국민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해서 빚을 갚던지, 아니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굶더라도 더 이상 빚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는 빚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더 빚을 내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고 주변국가는 당장 빚쟁이가 죽으면 돈을 못받으니 우선 살려보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남유럽 사태는 결국 이들 국가의 정부와 국민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데 현재로 봐서는 빚을 갚거나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문제가 불거지리라 생각된다.”

◆중국 위안화 절상은 수출기업 체질개선 기회로 삼아야

남유럽 사태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절상 조짐도 우리 경제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은 전체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수출을 비롯한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최근 지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숫자로 답변은 못하겠다. 다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교역량이 최근 크게 늘어난만큼 영향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출품목의 비중과 수입품목의 비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위안화와 더불어 원화에 대한 절상압력도 나타나겠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미 이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걱정하지 않는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 절반 정도 미달러화나 유로, 엔화 등에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이 경우 환율효과만 보면 중국에 대한 수출은 더 늘어나고, 여타 지역에 대한 수출은 줄어들 것이다. 대 중국 수출이 우리 수출의 반 정도 되므로 중국수출 증가와 여타지역 수출감소는 서로 상쇄된다고 1차적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의 여타지역 수출이 줄게 되므로 우리 수출 상당부분이 재수출용임을 감안하면 결국 중국수출 증가폭은 여타지역 수출 감소폭보다 작아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거의 미미한 정도로 감소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여타지역 수출이 거의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질로서 승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도 늘고 여타지역은 거의 감소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이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으며, 우리는 더욱 제품의 품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위안화 절상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성이 있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수출 감소로 경제가 위축이 되면 우리 수출도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은 높아져 수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환율효과에 의한 이익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힐 수 있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IMF위기 이전 환율이 800원 내지 900원 대에 우리 기업들이 수출하고 이익을 실현했다. 그 정도 수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업 체질을 강화하여야 한다.”

-“중국에 진출해있는 우리 제조업체들의 경우 원가 상승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국 내수 여력 강화로 우리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별히 어떠한 대책이 필요하기 보다는 보다 원론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거 추이를 볼 때, 위안화 절상이 원화 절상으로 이어지는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다만 원화 절상 폭이 위안화의 절반 수준일 가능성이 커 단기적으론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다. 다만 중국의 수입 역시 감소함에 따라 대중국 수출 및 3국을 통한 대중 수출의 감소로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안화 절상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유출입 압력이 높아져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으니,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우리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원화의 절상압력은, 현재 가치 자체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모두 알고있기 때문에 알아서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의 경제 자체에 변수가 있어서 나타나는 문제에는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위안화 절상과 함께 원화 환율도 절상되면 수출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대만, 일본 등 경쟁국 통화의 동반절상 가능성과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출호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