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바보상자'인 TV를 똑똑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똑똑한 TV'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구글TV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소니·인텔·로지텍 등 구글TV 연합에 참여하기로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모였다. 구글은 이날 구글TV의 다양한 새로운 기능을 시연하며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세계 IT 업계는 구글TV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미국 IT전문 매체인 시넷은 '구글이 대답하지 않은 7가지'란 기사에서 구글TV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일단 모든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글TV의 가격이다. 구글은 구글TV의 기능과 미래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정작 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구글TV를 보기 위해서는 구글TV용 수신장치(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하는데, 셋톱박스 가격이 최소 수백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싸기로 유명한 인텔 CPU와 대용량 하드디스크·리모컨·키보드까지 갖추려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비슷한 기능을 가진 디지털 비디오 셋톱박스의 가격은 8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콘퍼런스에 참석한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회장. /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 발자콘퍼런스에 참석한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회장

또다른 문제제기는 구글TV의 실효성이다. 지금도 컴퓨터를 기존 TV와 연결하면 어지간한 인터넷 콘텐츠는 TV를 통해 볼 수 있다. 즉 컴퓨터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내려받아 TV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셋톱박스를 포함한 구글 TV 가격이 PC와 TV 모니터 가격보다 비싸다면 굳이 구글TV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넷은 또 구글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광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글이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통해 6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구글이 시청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개인별 맞춤 광고를 내보낼 것이라는 우려다.

조작이 너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구글TV를 시연하는 모습은 PC를 사용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영상을 보는 것과 거의 유사했다. 동영상을 찾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클릭해야 하는 것이다. 또 리모컨 형태의 구글TV용 키보드는 작아 조작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거실에서 TV를 볼 때 큰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도 "사람들은 인터넷을 뒤지기 위해 TV를 사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공한 TV 기술은 TV를 볼 때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컬러TV나 HDTV처럼 한눈에 전에 보던 TV보다 좋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글TV의 다양한 기능은 일부 시청자에겐 귀찮을 뿐이란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구글TV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창을 열어 다른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같은 기능(Picture in Picture)을 가진 모니터와 TV가 나왔지만 기능 자체가 사라지는 추세다. 동영상을 볼 때 여러 화면을 동시에 보길 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