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에 사는 하모(33)씨는 2~3개월 전 트위터에 하루 평균 400건의 글을 올렸다. 취침 시간을 빼면 대략 2분 30초에 1건씩 올린 것. 하씨는 "식사를 할 때도, 운전을 할 때도 트위터에 글을 썼다"고 했다. '빵 먹는 중' '출근 준비 중'과 같은 식이다. 하씨는 "그때는 트위터를 하는 게 마치 일을 하는 것처럼 압박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최근 트위터 탓에 가족에 소홀해졌다는 생각에 사용 횟수를 100여 건으로 줄였다.

하씨와 같은 사람들을 '트위트 홀릭(Tweet-Holic)'이라고 한다. '트위트 홀릭'은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도, 그들과의 대화보다는 '트위트(tweet·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것)'에 몰두한다. 한순간이라도 트위터에서 접속이 해제되면 안절부절못한다. 최근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을 돌파한 '트위터'는 국내에서도 벌써 6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지만, 최근'트위터 중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기가 사경(死境)을 헤매는 상황을 트위터에 올린 주부

트위터에는 국내 싸이월드의 1촌과 비슷한 등록 수신자(follower·팔로워)가 있다. 예컨대 박용만 두산 회장의 트위터(@solarplant)를 수신 등록(following)하면 박 회장이 쓴 수십 건의 글들을 매일 받아볼 수 있다. "여보 나 좀 빠진 거 같지 않아? 요즘 운동 열심히 했걸랑. 뷘마마 그냥 일어서서 부엌으로 가며 일갈, 배나 내려다보면서 얘기해."(박 회장의 트위터 글)

트위터 예찬론자 박 회장에게는 2만9900명의 팔로워들이 있다. 이들은 이런 글을 통해 박 회장의 생활과 개인 의견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왜 트위터에 열광할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외로워서. 닫혀진 인간관계 속의 또 다른 해방구"(@funcoder 3d), "소소한 내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필요해서겠지요"(@herbalist67) 등이 이용자들의 대답이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만큼, 중독의 위험성도 크다. 작년 1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2살짜리 아기가 가족용 실내풀에 빠졌다. 11살 난 형이 발견해 구급대를 불렀지만 너무 늦게 도착해 끝내 익사(溺死)했다. 그런데 아기의 엄마 로즈는 이런 상황을 트위터에 올렸다. 네티즌들은 "그렇게 트위터에 상황을 빨리 올릴 정신으로, 아기 살리는 데 서둘렀으면 안 죽었을 수도 있다"며 비난했다.

국내에 중독 수준의 '트위트 홀릭'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조사는 없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을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그만큼 트위터 중독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고영삼 센터장은 "지금은 인터넷 중독이 사회 문제지만 곧 모바일 중독이란 개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내 트위터의 이용자는 지금 대부분 20~30대 회사원이다. 앞으로 10~20대 초반의 학생들이 트위터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게임 중독 못지않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삶을 되찾고 싶다면 트위터를 탈퇴하라"

미국에서는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탈퇴 운동이 일고 있다. '웹2.0 자살기계(www.suicidemachine.org)'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삭제 버튼을 누르면 그동안 트위터에 올라간 글과 사진이 지워지고 자동 탈퇴 처리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트위터 등 SNS의 중독·사생활 침해·거짓 정보 유통 등의 악영향에 대한 조사나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KT의 트위터 마케터인 조중환 매니저는 "트위터 시스템은 한 시간에 150건 이상의 글을 올리면 더 글을 못 올리게 '제한(limit)'하는데, 그러면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연세대 이동귀 교수(심리학)는 "트위터 사용이 제한될 때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 불편함이 느껴지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때는 전문적인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Twitter)

새들의 지저귐을 뜻하는 '트위터'는 2006년 미국 잭 도시(Dorsy) 등이 만든 서비스.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140자 이내의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낼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즉, 자신의 신변잡기나 의견을 써서 올리면, 수십~수만명의 팔로워(수신 등록자)에게 즉시 전달된다. SNS는 이렇게 인터넷에서 가상의 인간관계를 맺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 기사의 취재·작성에는 강지완·손혜정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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