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업계의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이 각각 동아시아의 일본, 한국, 대만 등 3국의 기업과 긴밀한 제휴관계를 형성하면서 'IT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선두에 나선 것은 애플과 한국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주요 부품을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에서 주로 공급받는다. 삼성은 구형 아이폰과 아이폰3G, 3GS에 핵심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낸드플래시와 D램 등을 공급하고 있다.

3일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태블릿PC 아이패드의 두뇌 역할을 하는 메인 프로세서 A4칩도 삼성 칩을 애플이 새로 디자인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LCD모듈은 LG디스플레이 제품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을 추격하는 MS는 13일 첫번째 휴대폰 ‘킨1(KIN1)’과 ‘킨2’를 공개했다. 이 휴대폰은 일본 샤프가 주문생산한다. 샤프는 TV, 휴대폰, 캠코더, 노트북 등을 생산하는 종합전자업체다. 샤프는 지난 2005년부터 MS와 손잡고 일본에서 스마트폰 ‘W-ZERO3’를 내놓은 바 있다.

인터넷 검색 시장의 최강자인 구글은 지난 1월 대만의 휴대전화 업체 ‘HTC’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넥서스 원’을 내놓았다. HTC는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4위다. 점유율 3위인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또한 구글이 아이패드에 대항해 개발하는 태블릿PC의 제조를 HTC가 맡을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구글과 HTC의 협력을 봤을 때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IT기업들과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시아 기업들의 기술력이 발전한 것과 더불어 이들간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구글에 선수를 빼앗기며 뒤처진 MS와 일본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임에도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부족한 샤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아닌 구글은 애플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하드웨어 설계와 스마트폰 제조 노하우가 축적된 HTC와 손을 잡았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시아 기업들은 ‘제조’ 분야에서만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운영체제나 디자인 등 스마트폰의 핵심적인 부분은 여전히 유럽과 북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