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대량리콜 사태의 위기를 딛고 지난달 미국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리콜사태로 반사이익을 크게 얻을 것'이라는 일부 예상과 달리, 시장 평균수요 증가치에도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미국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오토데이터 등이 2일 발표한 3월 미국 신차판매 통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작년 3월보다 41% 늘어난 18만6863대를 팔아 1위를 기록했다. GM은 43% 늘어난 18만5406대로 2위를, 포드는 17만8546대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GM의 경우 작년 파산보호 신청 이후 재출범한 '뉴GM'의 4개 브랜드(시보레·캐딜락·뷰익·GMC)의 판매 총계만 실적으로 잡았으나, 새턴·허머·폰티액·사브 등 기존 GM브랜드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총18만8679대로 도요타를 1800대 정도 앞서게 된다.

◆'왕의 귀환'인가, '반짝효과'인가

이런 실적은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충격으로 올 2월까지 판매가 급감하자, 위기탈출을 위해 미국에서 엄청난 물량의 판촉전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지난달부터 60개월 무이자 할부를 단행했다.

60개월 무이자 할부는 자동차 회사의 자금 출혈이 워낙 커 좀처럼 실천하기 어려운 마케팅 정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값을 10~20% 깎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초기 구입 및 장기 비용부담을 함께 덜어주는 심리적 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단기 판매증가에는 '약효'가 확실하다.

도요타는 이번 무이자 할부 마케팅에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배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리콜로 생긴 소비자 불만과 실망감을 과감한 할인책으로 무마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도요타 본사의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이 때문에 안방 시장을 반드시 지키려는 GM과 포드 등이 경쟁적으로 할인판매전에 함께 뛰어들었으며, 결과적으로 3월 미국시장 전체 판매량이 작년 같은 달 대비 24% 증가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출혈 경쟁'이 GM·포드의 회생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요타와 같은 강력한 자금력이 없기 때문에, 도요타와 맞붙으려다 회사 수익성과 경쟁력 기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순하 자동차평론가는 "이번 결과는 도요타가 미국에서 쌓은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도요타가 이번 위기상황만 빠르게 극복한다면 오히려 추가성장 기반을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반사이익'은커녕 점유율 떨어질 우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7만7524대를 팔아 7위를 기록했다. 판매증가율은 19%로 시장 평균(24%)을 훨씬 밑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시장 점유율은 작년 3월 7.6%에서 7.3%로 하락했다.

이는 도요타 리콜 사태로 현대·기아차가 큰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측이 성급했음을 보여준다. 현대·기아차가 도요타의 강력한 마케팅에 의해 고객을 뺏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으로 현대·기아차가 도요타나 미국차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입증됐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측은 "신형 쏘나타 등 현대·기아차의 신차 효과가 4월 이후 빠르게 나타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바루(46%)와 닛산(인피니티 포함·43%), 폴크스바겐(아우디·벤틀리 포함·39%)의 판매는 거의 40% 정도 급증했다. 크라이슬러만 8.3% 판매가 감소해 미국 내 주요 자동차업체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