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49)씨는 요즘 주식 투자와 관련된 서적들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재테크라곤 은행 예금이나 적금밖에 모르고 살아왔는데 난생처음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김씨는 "아이들 앞으로 계속해서 돈이 들어가고 아파트 대출을 갚다 보니 정작 우리 부부를 위해서는 돈을 하나도 준비해 두지 못했다"며 "단기간에 돈을 크게 튀기려면 주식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가운데 불확실한 노후를 걱정하면서 '로또식 재테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퇴직시점은 다가오는데 모아둔 돈이 얼마 없다 보니 초조한 마음에 고수익 유혹에 빠져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힘들게 모은 목돈과 퇴직금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아슬아슬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상언 신한은행 PB팀장은 "20·30대는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어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고령계층은 한번 실패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는 줄이고, 안전성이 높은 자산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 투자 선호하는 50·60대

전문가들은 은퇴 재테크의 첫번째 원칙으로 위험자산 비중 축소를 꼽는다. 은퇴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채권이나 예금 같은 현금성 자산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변동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더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리서치 전문업체 '나이스알앤씨'가 지난해 만 20~64세 금융거래 소비자 1만5202명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이용률에 관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식 직접투자 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50~64세(40%)였다. 20대(19.5%)와 30대(32.6%)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성별로는 50·60대 남성의 주식 직접투자 거래 비중이 41.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50대 이상 남성은 10명 중 4명꼴로 주식 사고팔기를 한다는 얘기다.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 거래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서는 50·60대 여성의 응답 비율이 62.6%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정헌 나이스알앤씨 팀장은 "남녀 모두 50줄에 들어서면 주식이나 펀드를 이용하는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며 "우리나라 20·30대는 내 집 마련하면서 빌린 은행빚을 갚느라 재테크를 할 여력이 없지만 50·60대엔 자본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퇴 세대, 눈높이부터 낮춰라

그렇다면 은퇴 세대는 어떻게 돈 관리를 해 나가는 게 좋을까. 고득성 SC제일은행 PB부장은 "나이가 들수록 수익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며 "위험자산은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다음 본인 투자 성향에 따라 공격적이면 20을 더하고 보수적이면 20을 빼서 나오는 비율 정도가 적당하다" 말했다. 가령 보수적인 성향의 55세 투자자라면 100-55-20의 셈법이 적용되니까 전체 자산의 25% 정도만 위험자산에 투자하라는 얘기다. 병원비 등으로 갑자기 현금이 급히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월 생활비의 3개월치의 유동성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넣어두고 확보해 두고 있어야 한다. 은퇴 생활이 편하려면 고정 수입이 이어져야 한다. 퇴직금 등 목돈의 일부를 즉시연금보험에 넣어두면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즉시연금보험이란 목돈을 넣으면 평생 연금 형태로 돈을 쪼개어 받는 은퇴 전용 상품이다. 금융회사들의 얄팍한 상술(商術)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원 이모(37)씨는 "은퇴하신 아버님이 여유가 있다 보니 은행이나 증권사를 자주 찾는데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가입을 권유한 바람에 30대인 나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계신다"고 꼬집었다. A자산운용사 팀장은 "은퇴하셨거나 은퇴에 직면한 분들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판단력이 젊은 사람에 비해 흐리고 귀가 얇은 경우가 많다"며 "나이 들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건강을 해쳐 심장병이나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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