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수의대 김휘율 교수.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줄기세포로 뒷다리가 마비된 개를 치료해 다시 뛰게 만들었다.

건국대 수의대 김휘율 교수, 정욱헌 연구원은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로 척수가 손상돼 뒷다리 양쪽이 마비된 개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척수는 척추(등뼈) 안에 있는 중추 신경이며, 제대혈 줄기세포는 출산 과정에서 나오는 탯줄 혈액인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말한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온전히 사람으로 분화될 가능성을 가진 배아 줄기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김휘율 교수는 "척수 신경이 일부 손상돼 뒷다리가 마비된 개에 제대혈 줄기세포를 투여했더니 3주 경과 후에는 회복의 조짐이 보이다가, 8주가 지났을 때에는 다리 운동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와 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당 내용을 국제학술지 '척추 신경외과(Journal of Neurosurgery Spine)'지에 발표했다.

그간 사람의 골수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개의 척수 손상을 치료했다고 학계에 보고된 적은 있으나 제대혈 줄기세포로 치료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에게 투여된 줄기세포는 분화를 거듭해 척수에 없어진 신경 세포를 만들어 척수 손상을 정상 수준으로 치료했다.

김 교수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개에 투여했지만 아무런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람과 개의 척수 손상은 다른 부분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차의과대학 정형민 교수는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신약 개발 과정에 버금가는 시간과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