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부에서 “구글폰 생산을 거부해 대만 기업에 밀렸다”는 자성론(自省論)이 대두됐다고 24일 한국경제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삼성의 그룹 내 언론 역할을 하는 '미디어 삼성'에 최근 올라온 '1등 기업의 함정'이라는 기사를 인용해 “삼성은 1년6개월 전쯤 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휴대폰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삼성의 내부 검토 과정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구글은 대만 HTC와 손잡고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았고, HTC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미디어 삼성에 등장하는 삼성의 한 직원은 "정말 속이 상한다"며 "왜 우리는 꼭 성공 모델이 있어야 도전하는 것인지, 과연 우리가 진정한 1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삼성이 구글폰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최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곳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 투입했던 경영체질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또 과거 다른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을 쫓는데 익숙하다 보니 후발주자로서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디어 삼성의 기사엔 "휴대폰 성공 사례에 안주해 스마트폰 시장에 선제 진출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삼성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삼성은 전 직원들이 이 기사를 볼 수 있도록 사내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고 한국경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