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은 작년 1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특유의 저돌적인 경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입버릇처럼“효율과 생산성 향상이 KT의 생명줄”이라고 이야기한다.

KT는 12일 상무보급 임원 가운데 희망퇴직 대상자에 대한 개별 통보에 들어갔다. KT는 15일 발표하는 정기 인사를 통해 상무보급 임원 252명 중 30%인 80여명을 명예퇴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본사의 상무보급 임원 15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지사 등 현장 근무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KT는 이에 앞서 작년 12월에는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인 5992명의 직원들에 대한 명예퇴직도 실시했다. KT는 또 올해부터 직급과 상관없이 근무 평가 성적에 따라 직원들의 연봉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성과제도도 전면 개편했다. 지금까지는 사원·대리·과장 등으로 직급이 오를 때마다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랐지만 앞으로는 직급과 연봉이 분리돼 근무 평가에 따라 임금 인상률이 결정된다.

이석채 회장이 작년 1월 취임하자마자 시작한 대대적인 경영 쇄신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 취임 이후 비상경영 선포와 함께 본사 직원 3000명에 대한 현장 근무 배치와 경영 감사 등 쇄신작업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작년 6월 KT와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의 합병을 성사시킨 데 이어 임직원에 대한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KT 내부의 공기업적인 요소를 완전히 탈색시켜 KT를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성과 위주의 젊은 조직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이 회장의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의 이면에는 지나치게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KTF를 통합한 KT는 전체 직원 3만7000명에 연간 매출이 19조원인 반면 경쟁업체 SK텔레콤은 4400명이 1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전체 매출은 KT가 더 크지만 직원 1인당 매출액은 SK텔레콤이 5배 이상 높다. 게다가 통화료가 싼 인터넷 전화가 활성화되면서 KT의 오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유선전화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 등 다른 주력 사업도 성장 정체 상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합병 전 KT 매출은 2004년 11조8508억원에서 작년 11조7848억원으로 5년간 제자리걸음을 했고 영업이익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 지난 5년간 구조조정을 거의 안 해 부장 이상 관리직급 연령에 해당하는 1955~60년생 인력이 전체의 29%에 이르는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보통 대기업의 2배인 20%에 달하고 있고, 지난 5년간 신규 인력 채용도 한 해 겨우 100~150명에 그쳤다. KT의 한 임원은 "통신·IT 관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이렇게 젊은 인재 수혈이 없어서는 새로운 혁신 제품을 도저히 내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긍하는 분위기 속에 일부 반발도

이 회장의 경영 쇄신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노조는 명예퇴직 실시 등 개혁 조치들이 회사의 장기 경쟁력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 작년 대규모 명퇴로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긴 KT는 올해 신규 공채 300명, 인턴 400명, 경력직 전문 인력 300명 등 많게는 1000명까지 신규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기 저하와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평가 대상 직원의 5%는 반드시 임금을 깎아야 하는 새로운 성과제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최근 희망퇴직 통보를 받은 한 임원은 "청춘을 바친 회사인데 솔직히 섭섭하다"면서 "이 회장의 개혁이 구조조정보다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로 매출을 높이는 방향으로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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