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래 IT팀장 hrcho@chosun.com

24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보통신 사업부 건물. 과거 오디오 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 사무실 3층에 들어서자 농구장 크기 만한 공간을 가득 채운 개발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은 삼성전자가 야심작으로 개발 중인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 '바다' 개발팀이 있는 곳.

"왜 자꾸 에러가 나지"라는 탄식 속에서도 간간이 웃음소리와 왁자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삼성전자의 여느 사무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직원 연령은 대략 28세에서 35세까지로 40대는 작년 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홍준성(40)상무가 유일했다. 기자가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데 이렇게 많은 개발자가 매달리느냐"고 놀라자, 홍 상무는 "소비자들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 화면은 빙산의 일부"라며 "여기에 단말기 개발 인력, 데이터베이스·서비스 대응 인력 등을 합치면 수백명이 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개발자는 올해 4월 바다 플랫폼이 탑재된 스마트폰 세계 시장 출시를 앞두고 연말 휴가 시즌도 잊은 채 프로그램 최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플랫폼의 경우, 게임·음악·동영상 등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미리 플랫폼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매달 마감시한에 쫓기며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야 파트너로 참가한 기업이나 개발자들이 바다에 맞는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탑재될 지도(地圖) 서비스 업무를 맡은 곽현미씨는 "생일에도 자정 넘어까지 근무할 정도로 바쁘다"면서 "최적의 모델을 찾기 위해 수없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이겨낸다"고 말했다.

휴대폰 하드웨어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삼성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이나 노키아의 심비안 같은 외부 운용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애플 아이폰처럼 독자 개발한 운용프로그램을 실은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것.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하다'는 인식을 단번에 뒤집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바다(bada)'라는 한글 이름을 해외 시장에서도 그대로 사용한 것도 한국에서 개발한 휴대폰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홍 상무는 "바다 프로그램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일반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 차별화 요소"라면서 "(바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든 수많은 응용프로그램이 거래되는 장터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여년 전부터 극비리에 '바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삼성은 작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전 세계 개발자와 세계 언론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바다 플랫폼이 탑재된 휴대폰을 전 세계 50개국에 동시 론칭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랭킹 2위로, 연간 2억대의 휴대폰을 생산·판매하는 삼성전자 휴대폰의 시장 장악력을 활용할 경우, 단기간에 '바다' 플랫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호수 미디어솔루션 센터장은 "해외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바다 스마트폰에 실을 계획"이라며 "바다 스마트폰 출시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라인업이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바다' 프로그램을 외부 개발자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바다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다양한 프로그램의 아이콘 디자인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가령 EA모바일·캡콤(게임), 첼시(영국 프로축구팀), 트위터·야후(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의 50여개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며, 올해 전 세계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총상금 270만달러(약 31억원) 규모의 개발자 대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작년 9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 시험적으로 론칭한 삼성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각종 응용프로그램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올해에는 유럽 대부분 국가와 중국·동남아·중남미 등 50개 주요 거점 시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호수 센터장은 "세계의 뛰어난 개발자들이 바다에 모이고 이들이 더 좋은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이익을 나누는 게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말했다.

☞ 바다(bada)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처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바다 플랫폼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바다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실을 수 있는 장터라는 의미다.

[삼성이여, 자만에 빠진 소니의 전철 밟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