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석 교수.

암세포에서 혈관이 3차원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마이크로 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에 따라 암세포를 향해 혈관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항암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암 치료제는 암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생기지 못하게 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석(35) 교수는 지난 18일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주 작은 플라스틱 관에서 암세포를 향해 혈관이 3차원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저널은 이 논문을 표지에 소개했다.

정 교수팀은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투명한 플라스틱 관 양쪽에 암세포와 함께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를 키우고, 그 사이 통로는 혈관 주변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으로 채웠다. 이때 플라스틱 관에 특정한 성분을 처리하면 암세포를 향해 혈관이 콜라겐 안으로 3차원으로 자라나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명한 관은 아래 위 어디에서도 볼 수 있어 어떤 환경에서 혈관이 어느 쪽으로 자라는지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수팀이 이 기술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평평한 플라스틱 접시 위에 세포를 배양해 혈관이 생겨나는 과정을 2차원으로만 볼 수 있었다. 암세포로 자라는 실제 혈관은 동일한 평면이 아니라 아래 위 3차원으로 자란다. 따라서 기존 방법으로는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암 치료제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