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기자

정부현대차가 전기차 개발의 실효성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지난 10월 정부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전기차를 양산, 2015년에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정부 추산 약 7만8000대)를 달성하고 4대 전기차 생산국가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시점을 당초 2013년에서 2011년으로 앞당기는 등 전기차 보급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현대차의 행보는 정부 구상과는 전혀 달랐다. 현대차 임원들은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너무 앞서간다"며 정부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반복했다. 정부와 현대차 발언의 속사정을 통해 국내 전기차 보급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현대차 "정부가 너무 성급… 전기차 보급 아직 멀었다"

현대차 i10 전기차.

현대·기아차 이기상 상무는 8일 자동차공학회 워크숍에서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지금보다 40분의 1, 성능은 7배 수준이 되는 2030년에 가서야 의미있는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양산 계획에 대해서도 "2011년까지 총 생산대수가 30대에 불과한 시험생산"이라며 "일반인에 팔릴 차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기차라는 애드벌룬(풍선)을 띄우고 싶겠지만,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20년에 가도 0.8%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또 미쓰비시가 출시한 전기차 아이미브를 예로 들면서 "모닝보다도 작으면서 6000만원이 넘는데 누가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현순 현대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도 지난달 전기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기차 학술대회에서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예측한 2015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규모가 50만8000대였는데, 이 가운데 르노·닛산의 공급량이 30만대였다"면서 "현대차는 전 세계 시장에 차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각국 시장환경에 따라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천연가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다양하게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전기차는 신성장동력…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를 봐야"

정부가 양산체제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자동차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선 전기차 같은 '제로에미션(Zero Emission·배기가스 무배출) 자동차'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유럽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를 넘어 전기차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한국도 여기에 대비해야 자동차 분야의 성장동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전기차 관련 부품산업을 육성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현대차는 살아남겠지만 국내 부품업체들은 다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전기차를 거부하는 것은 기존 엔진차를 통해 수십 년간 업계를 지배해 왔던 기득권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재석 A&D 컨설턴트 회장은 "전기차가 보급되면 배터리 등 기존의 자동차 업체와 관련이 적은 전기·전자 업체들의 진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을 시장과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보급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유가(油價)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석유 수입국인 중국·인도의 25억 인구가 앞으로 유럽·미국의 생활 수준을 따라간다고 생각할 때, 중국·인도의 자동차 증가분을 전부 석유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대안은 전기차라는 얘기다.

글로벌 자동차부품사의 한 고위임원은 "현대차가 전기차 같은 핵심 친환경차 개발을 외면하고, 외형적인 판매대수 증가에만 집중한다면 수년 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 전기차 4~5년 내 일반 판매 어려울 듯… 저속 전기차 보급 여부 지켜봐야

현대·기아차는 경차 i10을 전기차로 만들어 내년 수도권과 제주도 등에서 시범운영한 뒤 2011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2011년 양산 차종은 내년 12월 출시하는 기아차 모닝 후속모델이 유력하다. 그러나 내년 i10 전기차 생산량은 30대에 불과하다. 2011년 모닝 전기차의 경우도 이후 수년간 정부기관이 사주는 형태가 될 예정이며, 일반 판매시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또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계획에 따르면, 2013년 500대, 2015년 1000대 생산이 전부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이 국산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은 빨라야 2016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저속 전기차로는 중소기업 씨티앤티의 이존(e-Zone), 에이디텍스의 오로라 등이 있는데, 내년부터 각 지자체 판단에 따라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도로 주행이 허용될 예정이다. 가격은 1500만원 내외로 추정되지만, 최고시속이 60km 수준에 불과하고 편의장비나 충돌안전성이 국내 경차 수준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실제로 일반 판매가 잘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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