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에 다니는 이모(40)씨의 사무실에는 유선전화가 없다. 휴대폰으로 모든 연락을 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씨나 이씨의 부인 모두 휴대폰만 쓰고 집 전화를 따로 두지 않았다. 이씨처럼 휴대폰을 많이 쓰는 사용자가 최고 70~80%까지 요금을 아낄 수 있는 파격적인 휴대폰 할인상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무실이든 가정이든 고정된 장소에서 휴대폰 사용이 많은 경우에는 거의 인터넷전화 수준의 가격으로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품의 출시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업체 간 경쟁이 배경이다. KT가 최근 "앞으로 공짜나 다름없는 무선 인터넷망을 활용해 휴대폰 통화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추겠다"며 신상품을 출시하자 SK텔레콤도 곧바로 맞대응 할인상품을 내놓았다.

음성 요금 평균 35% 인하, 데이터요금은 최대 88% 인하

KT는 최근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해 휴대폰 통화 요금을 평균 35% 정도 줄일 수 있는 'FMC'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가입자 입장에선 휴대폰을 귀에 대고 전화한다는 점에서 전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음성이 전달되는 경로는 달라진다. FMC 서비스는 휴대폰 전용의 이동통신망뿐 아니라 값싼 무선 인터넷망까지 활용하는 것이 특징. 가령 가정이나 사무실처럼 초고속인터넷이 설치돼 있는 곳에서는 무선 인터넷망을 활용해 일단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한 뒤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 전화를 연결해준다. 값비싼 휴대폰 통신망을 쓰지 않기 때문에 무선통신요금은 최대 88%까지 줄일 수 있다.

KT는 내년부터는 전국 1만3000개 공공장소에 설치해 운영 중인 AP(Access Point·초고속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를 FMC 가입자들에게 개방, 이용자들이 집이 아닌 외부에서도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KT 이경수 전무는 "가정이나 사무실이 아닌 지역에서도 저렴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 휴대폰을 구입하는 분들은 FMC폰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내년 한 해 100만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텔레콤과 SK텔레콤도 내년에 이런 FMC 서비스를 시작한다.

집에서 휴대폰 쓰면 요금 최대 78% 떨어진다

SK텔레콤은 21일 자신이 미리 정해놓은 지역 내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경우, 이전보다 통신 요금을 최대 78%까지 덜 내도 되는 서비스인 'FMS'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무선인터넷망을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망만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KT의 상품과는 다르다. 이 서비스는 가입자가 평소 통화를 자주 하는 지역을 미리 SK텔레콤 고객센터에 등록해두면, 이 지역 내에서 사용하는 통화에 대해 최대 78%까지 요금을 깎아준다. 자신이 등록한 집이나 사무실에서 대략 반경 500m 안팎의 지역이라면 어디서든 휴대폰을 걸어도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 한달에 2000원의 기본료를 내야 한다.

SK텔레콤 이순건 마케팅기획본부장은 "한달에 음성 통화를 200분 정도 하는 이용자가 이 중 절반을 등록지역 내에서 통화할 경우 31% 정도 요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텔레콤은 다음달 초부터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자 모집을 시작, 내년 한 해 약 260만명의 가입자를 모을 계획이다.

아직 기술적 약점도 적지 않아

이런 상품 탓에 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연간 수천억원 상당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이런 상품들을 앞다투어 내놓는 것은 이동통신업계가 유선과 무선 통합이라는 기술 진보로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집에서 유선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요금 인하 체감폭이 적어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가령 SK텔레콤의 FMS서비스에 가입해 휴대폰으로 다른 유선전화에 걸면 이전보다 78% 할인된 3분당 39원의 요금을 낸다. 하지만 이는 가정용 유선전화를 사용해 다른 유선전화에 전화를 걸 때 내는 요금(3분에 39원)과 동일한 수준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러나 요즘엔 집에서 유선전화를 쓰지 않는 가구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상품은 음성통화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만 무선인터넷 이용에 대해서는 할인해주지 않는다.

KT 서비스는 새로 휴대폰을 구입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또 집에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다가 대문을 열고 출근을 하는 도중 통화가 끊어져 버릴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들도 현재의 통신 기술발달을 감안하면 곧 해결될 수 있다.

☞ FMC
유·무선 융합(Fixed Mobile Convergence)의 약자. 전송 속도가 빠르면서도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망과 어느 곳에서든 이용 가능한 이동통신망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 상품을 말한다. 유·무선망을 동시에 이용하기 때문에 통신 요금이 저렴하다. 다만 FMC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필요하다.

☞ FMS
유·무선 대체(Fixed Mobile Substitution)의 약자. 일정 지역 내에서는 저렴한 요금을 내도록 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통신회사와 미리 약속한 지역 내에서 통화할 때는 값이 싼 유선전화 요금을 받고, 이 지역을 벗어나 통화할 때는 이전처럼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이동통신 요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