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책 제목을 '닭보다 못한 장관이 되기 싫었다'고 하려 했는데 품격이 떨어진다며 주위에서 하도 말려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정운천 전(前)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곧 책을 낸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초 촛불시위 사태로 인해 장관직을 떠난 뒤 1년 여 동안 그는 책을 써 왔습니다. 주 2~3회 전국을 돌며 농업 강연도 했다고 합니다. 책에는 촛불사태 경험담과 느낀 점 등이 3분의 1가량 들어가고 대통령과의 인연, 농업에 대한 비전 등도 담길 예정입니다.

애초 책 제목으로 하려 했던 '닭보다 못한 장관이 되기 싫었다'는 돌개바람이 불거나 솔개가 날아오면 날개를 펴 병아리를 보호하는 어미 닭을 비유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봄 광우병 공포가 번졌을 때, 그는 병아리(한미 쇠고기 협상에 참여했던 농식품부 직원들)를 감싸안아야 하는 닭의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성난 시위대를 설득하겠다며 서울 도심 광화문에서 시위대 앞으로 갔다가 쫓겨 나오기도 했죠.

정 전 장관은 "그래도 작년 일 때문에 국가적으로 좋아진 측면도 많다. 요즘 축산 농가들은 자다가도 웃는다고 해 다행이다"고 말합니다.

쇠고기 이력 추적제와 원산지 표시제 같은 제도가 광우병 사태 때문에 빨리 도입되고 한우(韓牛)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죠. 음식점 김치까지 원산지 표시제가 적용되면서 중국산(産) 김치의 수입이 줄어 올해 상반기 김치 무역수지는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지요. 그는 책 제목을 '박비향(撲鼻香)'이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코끝을 찌르는 향기'라는 뜻인데, '추위가 한번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매화가 어떻게 코끝을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는 옛 글귀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촛불시위 사태라는 '추위'를 겪은 정 전 장관이 앞으로 한국 농업에 보탬(향기)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앞으로 어떤 향기를 뿜어낼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