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35주년을 맞은‘뽀삐’. 유한킴벌리는‘뽀삐 이야기’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다의 신의 7번째 딸인 뽀삐 공주는 7명의 공주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뽀삐는 35번째 생일을 맞아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바다 위로 떠올랐죠. 바깥세상 구경을 하는 도중 '하기스'라는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언뜻 보면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유한킴벌리 화장지 브랜드 뽀삐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시뽀삐'에 한 소비자가 올린 글이다.

이런 이야기가 웹사이트에 등장한 이유는 업체측이 탄생 35주년을 맞는 화장지 제품 뽀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공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 마임락 이사는 "이벤트 진행 1주일여 만에 100건이 넘는 이야기가 접수됐다"며 "소비자들에게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경험을 준다'는 차원에서 이야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슈머의 시대'가 온다

기업들이 이야기 마케팅에 힘쓰는 것은 소비자들의 사연을 브랜드 홍보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른바 '스토리슈머' 전략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에서 등장했다. 덴마크 최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탑덴마크 (Topdenmark). 이 회사는 2002년 TV 광고와 웹사이트를 통해 '살면서 겪었던 운이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응모된 스토리는 사이트 방문자의 투표를 통해 최고의 스토리를 선정, 5만크로네(약 850만원)의 상금을 주기로 한 것. 2만1000명이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탑덴마크는 응모된 다양한 스토리의 사용권을 획득, 이를 광고·마케팅 분야에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스토리 마케팅의 강점으로 '브랜드와의 유대감' 강조를 꼽는다. 치열한 브랜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데, 각 개인의 브랜드 경험을 담은 스토리가 매우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한양대 경영학과 홍성태 교수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이야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체험에 바탕을 둔 스토리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가 진행하는 연중캠페인‘내 인생의 토탈 솔루션’은 소비자 들에게 각종 사연을 받는다. 사연이 채택되면 스튜디오 무료 사진 촬영권을 준다.

당신의 '사연'을 삽니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스토리를 모으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 CJ제일제당 햇반은 자체 브랜드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햇반 관련' 사연을 모은다. 사연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이야깃거리를 찾겠다는 것.

바캉스 시즌 판매량이 늘어나는 햇반의 특성에 맞게 여름휴가 사연을 올리면 햇반을 무료 제공하는 등의 '체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햇반을 사용한 자신만의 '피서지 요리법'을 올리거나 휴가지에서 사진과 햇반을 합성한 그림을 올린다.

일반인의 사연을 광고를 통해 노출시킨 사례도 있다. KT는 '당신의 사연을 광고해드립니다' 이벤트로 일반인들의 사연을 담은 배너광고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초기화면에 내보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는 다음 달 1일부터 '다시 쓰는 여자 이야기' 캠페인을 통해 아이오페를 쓴 후 피부는 물론 일상까지 달라진 아름다운 이야기를 모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요즘의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경험하면서 만들어내는 스토리에 더 신뢰감을 갖는다"고 했다.

스토리슈머(story+consumer)

'이야기를 찾는 소비자'라는 뜻으로 기업에 제품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와 사연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기업들은 스토리슈머를 통해 마케팅에 쓰일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굴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