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개발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러시아 흐루니체프사는 2004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나로호는 모두 두 차례 발사 계획이 잡혀 있다. 19일 발사가 성공했으면 정부는 9개월 후인 내년 상반기에 2차 나로호를 발사할 예정이었다.

또 두 번의 나로호 발사에 모두 러시아의 하단이 사용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러시아측에 총 2억달러(약2500억원)를 지불했다. 나로호 발사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는 별도 비용 없이 1회 더 하단을 제작해 우리에게 넘겨 준다. 결국 러시아는 최대 3회 나로호 하단을 제작해 우리에게 공급한다. 당시 계약의 핵심은 이처럼 나로호의 하단을 러시아가 제작해 우리에게 넘겨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양국은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이라는 또 다른 중요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기술 이전은 없으며, 사고가 나더라도 한국은 일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이다.

항우연은 TSA 협정 이전부터 "기술 이전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는 입장인 반면, 나로호 개발 초기부터 관여한 전문가들은 "첫 계약 당시는 기술 이전이 가능했으나 TSA를 기점으로 기술 이전이 없다는 것으로 항우연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공급하는 나로호 하단에는 러시아의 차세대 우주발사체인 앙가라 발사체에 사용되는 RD191 엔진을 변형한 RD151 엔진이 장착된다. 전투기나 자동차에서 엔진이 핵심 장치인 것처럼 우주 발사체에도 엔진이 중요하다. 러시아는 앙가라 발사체를 2011년 발사할 예정이다. 나로호에 장착되는 RD151 엔진은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처녀 엔진'인 셈이다.

나로호에 실전 경험이 없는 신형 엔진을 사용하는 데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첫 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최신 엔진을 가져다 쓰는 것이 맞지 구형 엔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사체의 엔진은 국가의 전략 기술이어서 우방인 미국조차 우리에게 넘겨주길 거부했다"며 "이왕이면 러시아의 검증된 엔진이 나로호에 적합하겠지만 우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