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감각을 더디게 한다. 그래서 “혼미(昏迷)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차(茶)를 마시며 울분을 삭히는 데는 술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예민한 신경이 최고조가 돼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을 때 그를 가라앉히는 것은 술이라는 이야기다. 신경을 무디게 하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술이 감각을 무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흥분신경을 자극해 폭력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뇌세포에 전달되는 시간 너무 빨라

어쨌든 술기운이 몸에 퍼지는 시간은 빠르다. 장에 내려가기 전 위에서 흡수되는 알코올은 신경을 무디게 하는 차원에서는 어느 마약보다도 그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그러면 알코올이 뇌세포에 도달해 우리를 해롱거리게 만드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딱 6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 성분이 단 6분 만에 뇌에 도착해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가 보도한 내용이다. "알코올이 뇌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단히 빨라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최근 과학자의 연구 논문을 인용, “알코올이 뇌세포에 빨리 도달한다는 내용은 곧 알코올이 뇌에 엄청난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증거”라며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지적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병원의 신경전문의 아민 빌러(Armin Biller) 교수 팀은 남자 8명과 여자 7명을 대상으로 맥주 세 잔, 그리고 와인 두 잔을 90cm의 빨대로 마시게 한 뒤 MRI 영상촬영으로 뇌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알코올의 양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0.06%에 이르게 한다. 정상적인 운전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취한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알코올의 영향, 남녀 다르지 않아

연구팀은 술을 마신 지 6분이 지나 뇌에서 알코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뇌세포를 보호하는 화학물질인 크레아틴 농도가 감소하고 세포막을 형성하는 콜린 역시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나 뇌의 변화에 남녀 차이는 없었다. 여자가 알코올에 취약해 빨리 취한다는 일반적인 지적은 틀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빌러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알코올이 뇌 세포막 조성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술이 깨면서 이런 현상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빌러 교수는 술을 습관적으로 자주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영구적 손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술을 많이 마셨을 때 나타나는 필름 끊김 현상은 뇌 중에서도 기억을 만드는 해마가 손상돼서 발생한다. 필름 끊김이 지속적으로 장기간 이어지면 평소에도 기억이 왔다갔다하는 '베르니케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의 뇌는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웰즐리대학 연구팀이 33~88세 성인 1천839명을 대상으로 음주습관과 뇌 용적비율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음주량이 많을수록 뇌 용적이 작게 나타났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그룹은 뇌 용적비율이 78.6%, 일주일에 1~7잔은 78%, 14잔 이상은 77.3%였다.

뇌세포가 위축된다는 것은 정신능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뇌세포가 위축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공간감각, 충동 조절, 언어 능력도 감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알코올이 뇌세포에 주는 영향은 이처럼 심각하다. 그리고 뇌는 태어날 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기처럼 자라면서 점차 성숙된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다. 청소년의 음주가 건전한 사고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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