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지난 2분기에 분기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중 단연 최고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도요타는 1조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적 같은 실적을 낸 배경에는 현대차의 자체 경쟁력 외에도 고환율 정책과 세금 감면 등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 지원책 등 정부 정책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앞으로 발효될 한·EU FTA(자유무역협정)와 한·인도 FTA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의 가장 큰 수혜기업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이명박 정부 대내외 정책의 최고 수혜 기업이라는 시샘을 보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차 그룹을 의도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연하게도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그룹이 현대차"라고 말했다.

◆정부 자동차 판매 지원책, 현대차 사상최대 실적 이끌어

현대차가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 8119억원으로 분기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는 정부의 자동차 내수판매 지원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의 판매지원책이 중·대형차를 살수록 혜택을 많이 주도록 돼 있어, 중대형 차종을 많이 보유한 현대차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른 선진국 지원책이 소형차·친환경차를 구입할 경우에만 혜택을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5·6월 그랜저·쏘나타를 내수에서 월 1만대 이상 팔았는데, 그랜저·쏘나타는 이미 개발비 회수가 끝난 차종이기 때문에 다른 차종에 비해 이익폭도 크다. 현대차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 두 차종은 월 1만대 이상 팔릴 경우 차 값의 30% 이상이 순수익이다. 현대차의 정태환 재경담당 부사장도 "중·대형차를 살수록 혜택을 많이 주는 정부 지원책이 현대차의 수익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한·EU와 한·인도 FTA 발효시 연 10억달러 가격경쟁력 상승

현대·기아차는 작년 초 환율 900원에서 수출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놓았기 때문에, 1300원 내외 환율에서는 '현금을 쓸어 담는 수준'이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 말이다.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매출이 2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한·EU와 한·인도 FTA까지 발효되면, 순풍에 돛을 단 격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 내부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한·EU FTA로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시점에서 완성차·부품 수출을 합쳐 연 5억달러(약 6150억원)의 가격 경쟁력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인도 FTA까지 발효될 경우 현대·기아차가 얻는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는 연간 10억달러(1조2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 60만대, 인도에 6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갖고 있다. 이들 공장에 공급되는 각종 부품이 무관세로 들어가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진다. 또 현지에 직접 수출하는 경우에도 관세 부담이 사라져 다양한 차종 공급이 가능해진다.

◆경쟁자가 없는 현대차… 소비자 뜻 외면하면 안돼

정부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외부 시선에 대해 현대·기아차 김봉경 부사장은 "우리 정부의 자동차 판매 지원책은 미국·일본 등 외국에 비해 오히려 약하고, 환율은 모든 수출기업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만의 혜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현대차가 그동안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등의 경쟁력 향상에 노력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반론을 일부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현대·기아차의 올 2분기 깜짝실적이 내수지원과 환율 때문이라는 분석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올 2분기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40만3112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4%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48.4% 늘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감소했는데도 이익이 급증한 것은 상당부분이 환율효과 덕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지원이나 환율효과가 끝난 뒤에도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수시장의 85%를 장악한 현대·기아차가 정부·소비자의 뜻을 외면한 채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만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소형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마진이 많이 남는 중대형차와 SUV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 어차피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상대가 없으니, 굳이 이윤이 적은 소형차를 잘 만들어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갈수록 고사(枯死)되는 것도 문제다. 현대·기아차가 핵심 부품의 개발·생산을 내부 계열사에만 몰아주고, 외부 협력업체들에는 단순부품 위주에 지나치게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을 이유로 부품 납품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이익이 늘어난 만큼,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가격도 인상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팀장은 "현대·기아차가 지금처럼 부품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외면한다면, 현대·기아차는 생존할지 몰라도 한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학회 김소림 부회장은 "정부 정책의 혜택이 산업 전체나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한국, 자동차산업 지원 세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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