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아름다운 여자를 이야기할 때 패어 메이든(fair maiden)이 등장한다. 또는 패어 레이디(fair lady)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패어(fair)는 패어 플레이(fair play)에서 알 수 있듯이 정당한, 법에 맞는, 정의로운, 규칙을 잘 지키는 등의 뜻이다. 그러면 패어 메이든 하면 정의롭고 법을 잘 지키는 처녀라는 뜻인가? 약간의 상상을 더해서 절개를 지키는 여자인가?

패어는 ‘하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당하고 타당하다는 말과 ‘하얗다’라는 말과의 일맥상통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순수하다는 흰색이 상징하는 것과 정당하다는 것과는 연관이 된다.

인종을 막론하고 남자는 기본적으로 피부가 하얗고 다소 연약하게 보이는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여자는 피부가 하얀 남자보다 짙은 색의 피부를 가진 남자를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화 속에 나오는 미인(fair maiden)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다시 말해서 왜 남자들이 이러한 미인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과학적 분석에 의해 해결됐다는 이야기다.

남성과 여성의 매력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종을 막론하고 잠재의식적으로 남성은 피부가 하얀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성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여성은 동서양과 인종을 떠나 옅은 색, 즉 하얀 피부의 여성이라는 결과다. 그리고 여성은 짙은 색의 피부를 가진 남성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남자의 잠재 의식 속에서 하얀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이러한 여성이 주는 순진, 청순, 수줍음, 순결, 연약함, 그리고 착한 성질의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여성이 짙은 피부의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섹스, 남성스러운 활기, 신비감, 공격성, 그리고 모험성의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백인 데스데모나는 흑인 장군 의 매력에 빠져

영화 황금나침반의 니콜 키드먼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가운데 하나인 에 등장하는 미인 데스데모나에서부터 미국의 유명배우 니콜 키드만에 이르기까지 하얀 미인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예술가와 시인들의 찬미의 대상이 돼왔다. 반면 수백만의 여성들은 짙은 색의 피부에, 말이 없고 시무룩한 남성들을 좋아했다.

의 주인공 히드클리프가 그렇고,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그 경우다.

의 데스데모나는 중년의 흑인장군 오셀로의 스릴이 넘친 모험담을 듣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비밀리에 그와 결혼하지만, 결국 남편에게 침실에서 교살되는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광고에 등장하는 남녀 2천명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백인 여성은 색의 농도에 있어서 백인 남성보다 15.2%정도 더 흰 피부를 갖고 있었으며, 흑인 여성은 흑인 남성보다 11.1% 정도 덜 검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을 이끈 토론토 대학의 사이온 바우만(Shyon Baumann) 사회학 교수는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미에 대한 선호도는 문화적 선호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문화 속에는 여성이 어떤 모습을 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 보다 콜린 파렐을 더 좋아하고, 미셀 파이퍼보다 모니카 벨루치를 선호하는 것은 모험성에 대한 선호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물론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의식적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키, 몸무게, 긴 다리, 코나 입술의 형태 등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육체적 매력은 무의식 속에서 나온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여성은 적극적인 짙은 피부의 남자를 좋아해

광고에 등장하는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은 그 역할이 서로 다르다. 백인 여성의 경우, 과감하게 나체상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광고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슴을 제외하고 허리에서 늑골까지 상체의 대부분의 모습을 드러내며, 맨발을 한 상태로 완전 나체를 연상케 하는 광고에 주로 등장한다.

흑인 여성들도 상당히 노골적인 광고에 등장한다. 언더웨어와 같은 여자 속옷 광고에 등장하지만 백인여성보다 보수적인 차림으로 나와,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친밀감과 즐거움, 그리고 순수함을 전달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매력을 느끼게 하는 피부색의 농도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여자는 어느 정도 흰 피부가 좋은지, 남자는 어느 정도 짙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바우만 교수는 “주장하고 싶은 바는 여러 가지를 종합한 결과 이성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매력의 기준이 오랫동안 내려온 문화적 가치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의 주장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매력을 둘러싼 흰 색과 짙은 색에 대한 개념은 문화 속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도덕적인 판단기준과 미에 대한 가치의 기준 또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우만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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