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이끌어 가는 CEO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주로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 지도력을 지적하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현실을 헤쳐가는 의지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누군가 이보다 중요한 것이 관상이라고 주장한다면 쾨쾨한 옛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CEO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관상이라는 연구가 나와 흥미롭다. 애플신화로 떼돈을 거머쥔 워렌버핏 회장은 가장 관상이 좋은 기업가로 꼽힌다. 그렇다면 못생기면 기업가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관상과 잘 생긴 것과는 연관이 없다.

“관상과 기업의 이윤창출 관련 있다”

옛말에 ‘사주불여관상 관상불여심상(四柱不如觀相 觀相不如心相)’이라는 말이 있다. 사주는 관상보다 못하고, 또 관상이 아무리 좋아도 심상이라는 마음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마음가짐이 좋아야 하고 마음을 붙들어 매는 수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관상은 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지에서만 과거에 유행한 비과학적인 행위로 간주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완벽한 최고의 상을 부처로 생각하는 인도의 불교가 있다.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원숭이 상이었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친이 임신한지 7개월 만에 어머니 배를 가르고 세상에 나온 칠삭동이 쥴리어스 시저의 보잘것없는 얼굴을 보고 장차 로마를 지배할 제왕이 될 것이라는 미래를 점쳤다는 그리스 로마의 이야기도 있다.

칠삭동이라면 우리나라에는 한명회가 있다. 강남의 노른자 압구정동은 원래 정계에서 은퇴한 한명회가 지은 정자에서 유래한 동네다. 한명회는 맑고 깨끗하고, 도도히 흐르는 한수(漢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이 정자에서 기러기와 벗하면서 노후를 보냈다고 한다. 압구정은 원래 한명회의 호이기도 하다. 그도 재상의 상을 타고 태어났다고 했다.

어쨌든 관상에 얽힌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등장한다. 관상은 생김새나 얼굴 모습이 그 사람의 수명이나 재운, 그리고 권력 따위의 운명과 관련이 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이러한 운명이나 성격 따위를 판단하는 일을 일컫는다.

지난 해 1월 최고의 유력지로 꼽히는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관상(physiognomy)과 기업가의 성공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다루어 흥미를 끌었다.

“비전제시 능력과 통솔력은 별 도움이 안 되”

몇 년 전 피츠버그와 예일대학의 경영학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이 회사의 성공과 기업가의 성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미래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 부하직원들을 따르도록 하는 지도력, 친화력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상당한 이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기업주의 비전과 지도력은 회사의 성공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흔히 거론되는 지도자의 미래비전 제시능력, 혁신, 그리고 통솔력 등은 회사의 실질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터프츠(Tufts)대학의 심리학자 날리니 앰바디(Nalini Ambad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제시한 연구팀이 제시한 연구결과는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기업주의 얼굴모습에서 능력이 나타나며, 이는 곧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였다.

이 연구팀이 관상과 성공과의 관련성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능력이 많다고 인정받는 교수들의 동영상(film clips)에서 얻었다. 그들은 유능한 교수들의 자신감과 능력, 그리고 성공이 얼굴모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사진만으로도 사람의 성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포천 선정 CEO 상위그룹 25명과 하위 25명을 대상으로

앰바디 교수와 동료 교수 니콜라스 룰(Nicholas Rule)은 100명의 재학생들에게 포천誌가 선정한 ‘세계 1천대 기업’ CEO들 가운데 상위그룹에 속해 있는 25명의 CEO와 하위그룹의 25명, 합계 50명을 선정해 그들의 얼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학생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50명의 한 그룹 학생들(A그룹)에게는 CEO들의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이윤창출을 잘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업가인지 순위를 정해보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그룹(B그룹)에게는 사진에서 나타나는 얼굴모습을 기초로 5가지 특징요소(personality traits)에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다. 5가지 요소는 능력(competence), 권위(dominance), 호감(likeability), 얼굴의 성숙도(facial maturity, 성인 또는 어린이처럼 보이느냐 하는 따위), 그리고 신뢰감(trustworthiness)이다.

연구대상의 CEO들은 모두 백인이고 남자였다. 그래서 각기 다른 인종이나 여성에도 합치된다고는 볼 수 없다. 사진의 모습은 항상 주위 환경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연구팀은 CEO의 나이, 감성, 육체적 성적 매력은 사진에서 되도록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정확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학생들의 통찰력이 너무나 정확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학생들이 평가한 CEO들의 순위와 능력이 이윤창출, 즉 회사의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A그룹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사람들이 B그룹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또한 A그룹에서 호감을 많이 얻은 CEO들은 포천이 선정 기업가들 가운데 이윤창출이 두드러진 CEO들이었다.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은 관상학적으로 이윤을 창출해 내는 CEO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관상이 좋고 이윤창출이 많은 CEO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워렌버핏은 상당히 관상이 좋은 기업가로 꼽힌다고 전했다. 또한 이 연구를 자세히 공부한다면 득이 되는 좋은 CEO와 도움이 별로 안 되는 CEO를 분간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심리학자들은 지금도 사람들을 판단할 때 얼굴과 두개골의 형태가 인간의 성품과 관계가 있다는 19세기의 관상학자나 골상학자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한다. 그러나 터프츠 연구팀은 단순히 사진모습만을 통해 연구를 진행시켰고 과거의 관상학이나 골상학적 관점은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호감과 신뢰감은 CEO가 갖추어야 할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호감과 신뢰감은 회사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윤 창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과 신뢰감만으로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면 성공하는 기업가의 관상은 어떤 얼굴인가? CEO의 얼굴은 힘이 넘치고 지배력이 강한 카리스마적이어야 한다. 어린이처럼 순진하게 보여서는 안 되며 엄격하게 보이는 얼굴이어야 성공한다.  
 
워렌 버핏이 아무리 관상이 좋다고 해도 올바른 마음을 갖고 있지 못했다면 훌륭한 기업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관상은 심상보다 못하다. 그러나 심상 역시 관상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덕을 갖춘 사람은 그 덕이 얼굴에도 나타난다.

“관상이 좋아야 성공한다.” 물론 이코노미스트가 정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심심풀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기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의 관상을 대상으로 연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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