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은 적어도 향후 3년간은 1970년 대 초 오일쇼크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암울한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는 `시계제로`의 예측불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룡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 최강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는 6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국내에선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GM대우 역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자동차 업계가 생사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이번 위기를 그저 버텨야 하는 불황으로만 인식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계기로 삼고, 구조조정의 후폭풍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재편은 이미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GM이 파산보호 신청으로 13개 브랜드 중 9개 브랜드를 매각할 것"이라며 "매각 브랜드들을 누가 흡수하느냐에 따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살기 위해 뭉친다"..세계 車시장 합종연횡 바람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침체를 야구 경기에 빗대면 8회 말로 여기고 있는 시각들이 있다"며 "하지만 실상은 2회 말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고 했다.

올 1분기 세계 자동차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19.5%나 판매가 급감했다. 이에따라 7000만대에 달했던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올해 6000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글로벌 위기로 인한 메이커 순위(자료 : Global Insight 기준)

최근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합집산은 가속화하고 있다.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10개 브랜드를 총괄하는 통합회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회사 피아트도 생존 방법으로 M&A을 선택했다. 크라이슬러 지분을 20% 확보했고, GM유럽의 자회사인 오펠 역시 넘보고 있다.

중국 메이커들도 M&A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경우 GM의 사브와 포드의 볼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 1위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은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일본내 생산과 설비투자를 각각 30%, 40% 줄이고 유럽에서도 2만5000대를 감산키로 했다.

GM, 포드 등 미국 브랜드들 역시 공장폐쇄와 대규모 인원 삭감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증권 용대인 수석연구원은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침체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메이커들이 구조조정 등 전사적인 노력으로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견디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는 기회`...주도권 쟁탈 불꽃

다른 한편에선 향후 주도권 쟁탈을 위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 미국과 일본 업체의 비용절감 활동(출처: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에따라 각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등 장기 생존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향후 주도권 쟁탈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고연비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김필수 교수는 "오는 2013년부터 `포스트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는 것에 대비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소형차, 고연비, 친환경 중심 차량의 연구개발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빅3`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전기차를, 유럽업체들은 클린디젤차를, 일본업체는 하이브리드차를 전략모델로 삼고 있다.

우선 GM은 내년 하이브리드차 `시보레 볼트`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15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도 향후 7년간 140억 달러를 친환경 기술에 쏟아붓고, 2012년까지 3종의 전기차를 선보이는 `프로젝트M`을 추진 중이다.

일본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도요타는 올해부터 연비가 38Km에 달하는 3세대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총 23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연간 하이브리드차만 `판매 1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혼다 역시 2015년까지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4차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일본 메이커는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를 통해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연비규제 강화와 인수합병을 통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메이커들은 앞으로 그린카 부문에서 일본 브랜드와, 소형차 부문에선 피아트, 폭스바겐, 중국 후발업체들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2009 세계자동차시장 판매전망(출처: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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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리기자] 글로벌 경제위기는 산업 판도변화라는 후폭풍을 불러온다. 이번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큰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GM·크라이슬러 등이 파산직전까지 몰렸고 세계최강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마저 6조원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른 한편에선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데일리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진단해보고 국내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