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가 국내 1위의 오픈마켓(온라인 거래 사이트) G마켓을 인수했다. 이베이는 지난 2001년 옥션에 이어 G마켓까지 인수함으로써 국내 온라인 쇼핑몰시장의 37%를 장악한 강자로 떠올랐다. 이베이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시장의 거점으로 삼아 일본·중국 등 주변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베이는 이와 함께 온라인 검색 광고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네이버 등 국내 포털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인터넷 기업 해외 매각으로 사상 최대 규모

이베이는 인수 협상을 통해 G마켓의 모(母)회사인 인터파크 보유 지분 29%,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의 보유 지분 5.20%, 야후코리아의 보유 지분 8.95% 등 67%를 인수하기로 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4달러(약 3만2000원)로 총 거래금액이 8억800만달러(약 1조800억원)에 달해 국내 인터넷기업의 해외 매각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베이는 향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나머지 G마켓 주식 모두에 대해서도 공개 매수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베이가 인수한 옥션과 G마켓은 총거래 규모가 약 7조원 안팎으로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의 37%를 차지한다. G마켓과 옥션은 각각 독자적인 브랜드와 사이트를 유지하되 옥션 박주만 사장이 두 회사의 국내 경영을 총괄하고 G마켓 구영배 사장은 해외 업무를 담당한다.

이베이, 두 회사를 아시아·태평양 거점으로 활용

이베이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G마켓을 인수했다. 한국은 세계 6위 규모의 전자상거래시장인 데다 연평균 성장률이 24%에 이를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개인이 중고 제품을 경매방식으로 거래하는 미국·영국 등의 이베이 사이트와 달리 중소 상인들이 신제품을 고정가격으로 판매하는 비중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그만큼 거래 제품 품질 관리나 사이트 수익면에서도 뛰어나다.

이베이는 G마켓 인수로 한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한국식 오픈 마켓 모델을 앞세워 일본·중국·대만·홍콩·호주 등 아시아·태평양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베이는 특히 2000년대 초반 독자적으로 진출했다가 실패한 일본 시장부터 우선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재현 이베이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는 "국내의 중소 판매업자들이 이베이가 진출한 세계 39개국에 제품을 직접 판매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

옥션과 G마켓이 전체 전자상거래의 37%를 점유한다는 측면에서 독과점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다수다.

공정거래위원회 송상민 과장은 "국내에는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가격을 비교해주는 사이트가 많기 때문에 옥션과 G마켓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다른 쇼핑몰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업체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됐다. 옥션과 G마켓은 사용자가 포털을 통해 자신들의 사이트에 접속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제품 가격의 1.5~2%를 포털에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제공해왔다. 두 회사는 광고비용까지 포함해 매년 포털 업체들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 왔지만 앞으로 시장 장악력을 활용해 수수료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옥션은 장기적으로 쇼핑 포털 사이트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옥션의 박주만 사장은 "옥션과 G마켓이 쇼핑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open market)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가 자유롭게 점포를 개설하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백화점이나 홈쇼핑업체 등이 운영하는 일반적인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 상품 가격이 저렴하다. 지난해 국내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된 상품의 규모는 7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G마켓과 옥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