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계좌는 ○○은행으로 선택하세요."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때 카드사 직원들이 으레 하는 말이다. 돈이 빠져나가는 결제계좌는 카드 브랜드에 관계없이 카드 회원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카드사들은 회원의 결제계좌에 관심이 많을까.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카드를 긁을 때마다 카드사는 결제계좌 이용 건당 수수료를 결제계좌 은행에 지급한다. 자체 결제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BC·삼성·현대·롯데 등 전업(專業) 카드사뿐 아니라 카드 영업부문을 조직 안에 두고 있는 국민·외환·우리 등 겸영(兼營) 은행도 마찬가지다. 만일 A은행 신용카드 고객이 B은행 결제계좌를 사용하면 A은행은 남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카드 회원들은 연체를 피하기 위해 신용카드 결제계좌에 돈을 넉넉히 넣어두거나 월급통장과 통합관리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은행들은 고객유치와 매출확대 차원에서 항상 결제계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결제계좌를 신용카드회사와 일치시키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외환은행은 결제계좌 통합 고객에게 현금지급기(ATM) 마감 후 수수료(600원)와 인터넷뱅킹 타행이체 수수료(500원) 면제 등 각종 추가 혜택을 준다. 시그니처·넘버엔·플래티늄 종류 카드의 경우,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10만점의 외환예스(yes)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우리은행도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에 더해 우리은행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하나로 묶은 투인원 결제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카드사용액의 0.3%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해 준다.

국민은행이 출시예정인 KB플러스타(plustar) 세이브 카드는 KB플러스타 통장(국민은행)을 이용해 주식매매를 하면 거래 수수료의 일정액을 KB카드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쌓인 포인트는 향후 보험료 납부나 펀드 투자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조직이 분리된 전업카드사이지만, 역시 팔은 안쪽으로 굽게 마련이다. 신한 러브체크카드의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이나 굿모닝신한증권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설정하면 이용 금액의 0.5%를 추가로 포인트 적립해 준다.

BC·삼성·현대·롯데 등 나머지 전업사 4곳은 어떨까. 결제계좌를 어떤 은행으로 설정해도 별 상관이 없다. 대신 같은 그룹의 계열사를 동원해 고객을 끌어들인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 입장권을 할인해 주고, 롯데카드가 롯데백화점·롯데마트 이용시 할인·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게 대표적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M 1포인트를 현금 1원으로 계산해 현대캐피탈 자동차 할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