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만8000명이 근무하는 동양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단지인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이곳의 생산시설은 LCD TV 생산라인이 유일하다.

PC나 비디오 등 다른 전자제품 생산기지는 전부 해외로 옮겼지만 핵심 제품인 LCD TV만은 수원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주요 제품이 개발되면 수원 공장에서 먼저 생산한 뒤 중국·멕시코·슬로바키아 등 전 세계 14개 생산기지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수원의 TV 생산라인이 최근 삼성전자의 차세대 TV 주력 제품인 LED(발광다이오드) TV 생산라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9일 낮 1000평 남짓한 TV 조립공장에서는 직원 10여명이 LED TV 조립을 위해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직원 1명이 반(半)제품 형태의 LED 패널 뒷면의 회로 케이블을 테이프로 고정하고 20여개의 나사를 조이면 LED TV 1대가 완성됐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와 같은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직원 1명이 1평 남짓한 공간에 서서 조립 전 과정을 수행하고 최종검사까지 하는 셀(cell·세포)방식이다.

이날 10개 셀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5시간 동안 700대의 LED TV 신제품을 생산했다. 13년차 생산직원 박영옥(34)씨는 "셀방식은 모든 제품을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어 그만큼 직원들의 책임 의식이 높다"고 말했다.

LED TV로 불황을 넘는다

LED TV는 형광등을 광원(光源)으로 쓰는 LCD TV와 달리 빛을 내는 반도체로 불리는 LED 반도체를 광원으로 쓴다. 쉽게 말해 TV 테두리에 있는 반도체가 빛을 쏟아서 TV를 볼 수 있게 해준다. LED TV의 장점은 기존 LCD TV보다 두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 말 그대로 벽걸이형 TV다. 여기에 형광등에 들어가 있는 수은 같은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다. 에너지 효율도 40% 이상 뛰어나다.

삼성전자는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LED TV를 통해 새로운 TV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브라운관 TV를 LCD TV로 전환하면서 엄청난 신규 수요를 창출했듯이 이번에는 더 얇고 가벼우면서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LED TV로 미래 시장을 열겠다는 것. LED TV는 40인치가 310만원으로 같은 크기의 LCD TV보다 100만원가량 비싸 수익률도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LCD TV 생산량의 10%인 200만대가량을 LED TV로 생산할 방침이다. 수원 TV공장이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LED TV는 벌써 중국의 톈진 공장, 슬로바키아의 갈란타시 공장, 헝가리의 야스펜자로 공장, 멕시코의 티후아나 공장으로 전파돼 생산이 시작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출시 25일 만에 이미 1만대 정도 팔렸다"며 "불황인데도 과거 LCD TV 신제품보다 판매 신장률이 빠르다"고 말했다.

9일 삼성전자의 수원디지털단지 내 TV공장에서 한 직원이 LED TV 조립을 마친 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가며 TV 화면 색상을 점검하고 있다.

기술의 소니를 '기술'로 누른다

LED TV는 2006년 일본 소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하지만 일본 소니는 자신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 TV(유기발광다이오드·별도의 광원 없이 화면 스스로가 빛을 내는 TV) 를 먼저 내놓을지 우왕좌왕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빠르게 LED TV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 전자박람회)에서 삼성전자는 2.9㎝ 두께의 LED TV를 크기별로 전(全) 품목을 선보인 반면 소니는 13㎝ 두께의 한정된 제품만 소개하는 데 그쳤다. 소니는 여기에 유례없는 엔고(円高) 여파로 아직 본격적으로 LED 제품을 양산하지 않고 있다. 전성호 상무는 "소니와 비교해 최소한 6개월 이상 앞섰다"면서 "소니가 연내에 삼성전자에 대항할 LED TV의 시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격 장벽 극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LED TV가 장기적으로 LCD TV를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LCD TV에 비해 비싸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IT 신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유럽·미국 등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은 더 얇은 TV를 사기 위해 700~800달러 이상 더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TV 두께가 얇을수록 TV 스피커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의 관계자는 "휴대폰의 경우 두께가 1㎝ 이하의 초슬림 휴대폰이 생각만큼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LED TV가 본격 확산되면 이런 문제점들이 쉽게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LCD TV도 초창기 1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생산량이 늘면서 1~2년 만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리뷰조선] 삼성, 세계에서 가장 얇은 블루레이 플레이어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