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에서 문을 연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신세계 센텀시티. 이곳에서 난데없이 '빨간 속옷' 쟁탈전이 벌어졌다. 이날 센텀시티가 문을 열자마자 수백 명이 6층 란제리 코너에 몰렸다. 붉은 속옷을 선점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급기야 백화점이 안전요원을 투입,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날 하루에만 팔려나간 붉은 속옷이 6억원으로, 센텀시티 전체 매출 44억원 중 14%나 된다.

빨간 속옷 인기의 비결은 부산 지역 관습 덕분이다.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만선이 된 고깃배가 포구에 들어올 땐 어김없이 빨간 깃발을 꽂고 돌아왔다. 이에 따라 붉은색은 영남 지역에서는 '재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신세계백화점 장혜진 란제리 바이어는 "이런 관습 때문에 빨간색 속옷을 입고 다니면 재운이 들어온다고 믿는 미신이 생겼다"며 "특히 개업 점포에서 속옷을 사서 옷장 안에만 넣어두어도 가족에게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속옷 매출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2월 오픈한 부산의 롯데 센텀시티점도 오픈 당일에만 2억5000만원어치의 붉은 속옷이 팔려나갔다. 이 때문에 란제리 브랜드들은 영남 지역에 새로운 유통업체가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빨간 속옷 물량 확보'에 매달린다. 비비안은 센텀시티점 오픈에 대비해 2억5000만원어치의 물량을 투입했다. 비비안 부산지점 김영문 지점장은 "3일 하루 동안에만 1억원 넘게 팔려나갔다"며 "부산지역 매장의 1일 평균 매출이 200만~3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빨간 속옷만 하루 평균 매출의 50배 이상 팔려나간 셈"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픈에 대비해 6개월 전부터 약 20억원어치의 붉은색 속옷을 준비했고, 현재 예상 외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전국 신세계백화점에서 붉은색 속옷을 추가로 공급하고 있다. 또 브랜드별로 안전요원 및 판매사원을 추가로 30명씩 보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