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백모(49)씨는 요즘 인터넷 가계부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백씨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적응하고 나니 편리한 점이 많다"며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되는 게 첫째 좋고, 소비 내역을 분야별로 뽑아볼 수 있어서 살림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 여파로 '아끼면서 살겠다'며 인터넷 가계부 쓰기에 도전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최근 주부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한 인터넷 가계부들은 종이 가계부를 능가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경비 절감을 이유로 공짜 가계부를 많이 나눠주지 않아서 시중에서 가계부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도 크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인터넷 가계부에 대해 꼼꼼히 해부해 봤다.

어디서 낭비했는지 쉽게 알 수 있어

네이버 가계부는 깔끔한 화면 구성과 편리한 조작법이 돋보인다. 막대·원 등 각종 그래프를 통해 '기간별·항목별 소비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미리 '항목별 예산'을 입력해두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서 '구멍'이 났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지출 순위 톱 20' '낭비 리스트' 등도 콕 집어서 보여준다. '지난 3개월' 또는 '1~3월' 식으로 특정 기간을 정해 통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살림 정보 등은 다른 인터넷 카페보다 부족한 편이다.

모네타 미니가계부는 학생 또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사용하기 좋다. '싸이월드'와 흡사한 메뉴 구성으로 왼쪽의 다이어리에서 날짜를 클릭한 뒤 소비·지출 내역을 입력하면 된다. 작다고 얕보면 금물. 월별 지출·수입 추이를 그래프로 제공하며, 가계부 전체 데이터를 엑셀 문서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적금 등 '고정 지출항목'은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준다.

복잡한 조작법 때문에 인터넷 가계부를 멀리했다면 심플함으로 승부하는 아이캐시하우스 가계부를 추천한다. 포털 네이버보다 구글 홈페이지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네티즌이라면 십중팔구 만족이다. 복잡한 입력항목 없이 좌·우의 지출·수입 대차대조표에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하면 된다. 회계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딱딱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쉽게 바꿀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개인 정보 유출 우려도 적다. 회원 등록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묻지 않으며,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영수증 자동 인식까지 가능

인터넷 가계부의 가장 큰 장점은 은행·카드 등 소비 내역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는 점. 머니플랜 가계부는 은행·카드사 등 거의 모든 금융기관과 연동돼 실시간 거래 내역을 반영해준다. 카드로 소비한 지출 내역을 따로 기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각종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본인의 자산·부채 변동 상황을 그래프로 점검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계좌 정보 등 관련 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이 까다로운 게 흠이다.

여성 포털 이지데이 가계부는 고급 사용자를 위한 인터넷 가계부다. 수입·지출과 세부 거래항목을 일정 기간별로 차트 분석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요리·육아·살림 등 각종 정보가 풍부한 것도 장점. 그러나 입력항목이 너무 세세해 초보자는 적응이 쉽지 않다.

대형 마트에서 줄줄이 물건을 사고 남은 '두루마리 영수증'을 자동 처리해주는 인터넷 가계부도 있다. 머니키퍼 가계부는 영수증을 스캔해 홈페이지에 올리면 구입한 물품과 가격 등 정보를 자동 인식해 개인별 가계부에 입력해준다.



주의할 점은 없나

인터넷 가계부는 그래프·차트 등을 통해 자신의 소비 패턴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예산 계획을 세우기도 좋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은 있다. 우선 지금까지 써둔 내용들이 날아가진 않을지 혹은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전문가들은 가급적 영세한 사이트는 피하고, 정기적으로 가계부를 다운로드 받아 백업을 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국민·우리 등 시중 은행들이 제공하는 가계부가 대안이다. 금융 연동 서비스 등 대부분의 기능을 지원하며, 안전성과 보안 면에서도 가장 믿을 만하다. 또 인터넷 가계부는 손으로 꾹꾹 눌러 적는 수기 가계부에 비해 몸으로 느끼는 '지출 체감도'가 떨어진다. 복잡한 기능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