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한우와 외국산 소를 구별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죽어 있는 쇠고기, 즉 음식점에서 파는 쇠고기는 한우인지 외국산인지를 눈으로 구분할 수 없다. 비싼 돈을 주고 한우를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한우를 판별하는 데에도 과학이 동원된다. 한우만의 DNA를 찾아내 가짜 한우로 둔갑한 외국산 쇠고기를 구별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국산 모든 소에 대해 DNA를 이용한 '소 추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의 가축질환을 역학조사하기 위해서도 개별 소의 DNA 등록이 필수적이다.

한우 유전자를 찾아라

같은 사람이지만 황인종과 백인종은 피부색, 눈동자 색깔, 코의 높낮이 등 외모가 딴판이다. 피부색처럼 인종을 구별하는 데 판단 기준이 되는 요인을 유전공학에서는 '마커(marker)'라 한다. 한우를 유전공학으로 구별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바로 한우와 외국산 소를 구분하는 마커를 찾는 일이다.

농촌진흥청 연구원이 DNA 검사를 통해 쇠고기가 한우인지를 가려내고 있다.

한우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털 색깔이 누렇다는 것이다. 즉 한우의 누런 털 색깔을 발현시키는 유전자가 마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양보석 박사는 "털 색깔 유전자를 마커로 삼는 일은 2003년도에 시작됐다"면서 "그 후 3년간 한우를 유전공학으로 구별하는 일에 긴요하게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털 색깔 유전자로 한우를 구별하는 기술에 보완이 필요하게 됐다. 2005년 국내에 들어온 외국산 쇠고기에서도 한우처럼 노란 털 색깔 마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새로운 마커를 개발했다. 한우만의 독특한 유전자 70개를 찾아낸 것이다. 식약청의 오일웅 연구관은 "외국산 소나 젖소가 한우의 70개 마커와 일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70개 마커 유전자가 털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처럼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70개의 마커를 이용해 한우를 유전공학적으로 구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술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07년도 국가연구개발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소에 주민등록번호 부여

DNA는 쇠고기가 국내산인지를 판별하는 것을 넘어 어떤 품종인지를 구별하는 데도 중요하다. 일본에는 와규라는 고품질 소가 있다. 한 마리가 1억원을 넘는다. 같은 국내산이어도 와규만을 따로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은 농림수산성 산하 농림수산소비기술센터에서 유전공학으로 와규를 구별할 수 있는 마커를 발견했다. 와규뿐 아니라 모든 소를 구별할 수 있는 DNA시스템을 지난 2003년 구축했다.

일본이 모든 소의 DNA를 조사하는 데에는 2001년 일본에서 발생한 광우병의 영향이 크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해당 소가 어디서 키워져서 어떤 사료를 먹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특정 소의 DNA를 알고 있으면 소의 이력을 쉽게 추적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개별 소의 유전공학 마커가 소의 주민등록번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국도 1996년부터 유전자를 이용한 '소 추적시스템(Cattle Tracing System)'을 운영해 소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유럽은 2000년부터 태어난 모든 소에 대해 생후 20일 이전에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마커를 등록하도록 했다. 미국 역시 개별 소에 대한 추적시스템을 시험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70개 마커 개발을 계기로 국내 역시 모든 소에 대한 유전자 등록을 실시하게 될 전망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오일웅 연구관은 "광우병·브루셀라 같은 가축질환 발생시 역학조사를 위해서도 개별 소의 DNA 인식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소에 대한 추적 시스템을 위한 유전공학적 연구를 끝내고 현재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