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 후 첫날인 20일 증시와 외환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28% 오른 1207.63으로 장을 마쳤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9원 내린 (원화 강세)1315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표상으론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으로 비쳤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 대책의 효과는 미미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골드만삭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잇따라 정부 대책을 긍정 평가했다는 호재까지 나왔음에도 장 초반 반짝 급등 후 급락, 장중 한때 31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1150선마저 무너졌다. 이번 펀드 장기 투자 소득공제 조치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던 미래에셋증권은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JP모간 보고서 영향으로 오히려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선물시장과 관련된 프로그램 매수 주문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급등으로 투자 심리가 다소 호전된 덕분이었다.

환율도 내리긴 했지만 평소 하루 거래량의 3분의 1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등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황을 보여 정부발(發)효과로 보긴 힘들었다.

◆"부동산대책에 달렸다"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 펀드에 대한) 세금 혜택보다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더 주목해 즉흥적인 반응을 못한 것이다."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

현재 증시의 심리는 미분양사태와 주택가격 등 부동산시장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부동산 버블이 급작스럽게 붕괴해 건설업체 줄도산 및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건설업계 부실과 맞물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등이 해소되기 전에는 투자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피닉스자산운용 김석중 사장은 "외국인은 이날도 35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보아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긴 힘들며 실물경제 쪽의 보완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1일 발표될 정부의 건설업 지원대책이 증시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원기 사장은 "조만간 묘책이 나온다면 전날의 대책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앞선 대책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다소 저조했던 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9.0%)은 우리 증시에선 거꾸로 호재로 작용했다. 한화증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성장률이 나쁠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악재로 반영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강력한 증시 부양책을 시사한 것이 호재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반응은 엇갈려

정부 대책에 대한 외환시장의 시장 반응은 두 갈래였다. 매일 달러를 교환하는 단기 외환시장에는 거래량이 더욱 줄었고, 1개월 이상 중·장기로 달러를 빌리는 외화자금 시장은 다소 경색이 풀리는 분위기였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확신할 수 없어 여전히 눈치만 보면서 달러를 내놓지 않았던 하루"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중장기인 외화자금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외환시장의 얼어붙은 심리를 단번에 녹이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의 이날 하루 거래량은 27억달러로 작년의 3분의 1 수준이자 2006년 1월 2일(26억달러)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NH선물 이진우 부장은 "최근 외환시장 문제는 (외국 금융시장과 연관돼 있어) 우리만의 노력으로 근원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