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고유가 때문에 소비를 미덕으로 알던 미국인들이 구두쇠로 바뀌고 있다.

휘발유값이 갤런당 4달러70센트(L당 약 1300원)까지 치솟으면서, 기름 많이 먹는 대형세단·SUV는 중고차 시장에 매물만 쌓이고, 작년까지 일반인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10년 넘은 일본·한국산 소형 중고차들은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다.

CNN머니는 '이베이에서 초소형차인 1996년식 지오 메트로가 200달러(약 2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가 7300달러(730만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12년 된 중고차가 신차 가격(9000달러)의 80% 이상 받고 팔린 것은 그만큼 연비 좋은 차를 원하는 이가 폭증했다는 증거다.

지난 5월 미국 신차 판매에서는 소형차 혼다 시빅이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지난 17년간 한번도 월별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포드의 픽업트럭 F-150은 5위로 주저앉았다. GM은 지난 24일부터 72개월(6년)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미국인들이 덩치 큰 미국차로 다시 돌아오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한편 미국 대학 캠퍼스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 물결이다. LA에 거주하는 이인숙씨는 26일 "작년까지만 해도 주차공간을 못 찾을 만큼 자동차가 빼곡했던 USC(남캘리포니아대) 내 건물마다 자전거들이 수백대씩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멕시코 국경 인근의 미국인들 가운데는 미국보다 기름값이 30~40% 저렴한 멕시코에서 기름을 넣는 '주유 관광객(gas tourist)'이 늘고 있다. 대형 트럭의 경우는 한번 기름 넣을 때마다 최대 200달러나 절약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자에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남쪽의 멕시코 티후아나 일대가 미국인들의 주유 행렬로 도로가 정체되고 있으며,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