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경제부 기자

'미디어의 황제' 섬너 레드스톤(Sumner Redstone·85) 바이어컴(Viacom) 회장과의 인터뷰는 오전 11시 정각, 화창한 햇살이 가득 비치는 서울 파크하얏트호텔 스위트룸에서 이뤄졌다.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는 부회장과 사장 등 최고 경영진 3~4명과 대화하고 있었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레드스톤 회장이 혼자 화가 나서 야단을 치는 듯했다. "도대체 어떻게 됐다는 거야! 뭐야, 설명해 봐!" 그의 목소리가 더 커지자 홍보 담당자는 기자에게 "3분만 밖에 나가 있자"고 부탁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는 다소 진정돼 있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기자는 그의 자서전에 사인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활짝 웃으며 장문(長文)의 안부 인사를 적기 시작했다. 오른손이 불편해 연필을 잡는 것 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1979년 보스턴호텔 화재 사건 때, 1시간을 난간에 매달려 있으면서 입은 화상(火傷) 때문이다. 당시 그는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명이었고, 병원에서 '오늘을 넘기지 못하겠다'는 선고를 받았었다.

"글씨를 못 알아 보겠으면, 나더러 읽어달라고 해." 레드스톤 회장이 윙크를 하며 말했다.

그는 작은 영화관 사업에서 시작해 바이어컴(MTV의 모회사), CBS 방송채널 등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건설했다. 지난해 트랜스포머에 이어 올해 아이언맨, 인디애나존스4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파라마운트 영화사도 그가 소유한 회사 중 하나다. 그는 CNN의 테드 터너(Turner), 월스트리트저널의 루퍼트 머독(Murdoch)과 함께 세계 미디어계의 3대 거두로 일컬어진다.

세계 극장가를 강타한, 수퍼 히어로 영화 '아이언맨(왼쪽). 이 영화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를 소유한 섬너 레드스톤 화장 역시 어떤 위기에서도 살아남는 저력으로 유명하다.

그래도 나이를 부정할 순 없었다. 구부정한 허리, 백발, 떨리는 손…. 하지만 그의 눈빛은 도망가는 사냥감도 멈춰 세울 정도로 매서웠다. 그의 성격은 불 같았다. 그의 대답은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매번 시작됐고 답변 시간은 1분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기자가 "후계자 문제는 생각해 봤느냐"고 질문했을 때 그는 "뭐? 후계자?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나는 여기 평생 있을 건데?"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항상 위트가 있었다. "나처럼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면 항상 20대처럼 살 수 있어." 또 그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이례적으로 뜸을 들여 생각을 한 뒤에 "훌륭한 회사를 건립한 사람. 좋은 아버지, 좋은 할아버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과거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셨는데, 지금은 거대한 미디어 그룹을 운영하십니다.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극장은 한 가지 비즈니스였지만 바이어컴은 멀티 비즈니스야. 디지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차이점은 성공의 스케일, 매출의 스케일, 의사 결정의 스케일이야. 하지만 똑같은 것이 있다면 '콘텐츠(contents)'가 비즈니스를 죽이고 살린다는 것이지."

―회장님을 끊임없이 일하게 하는 자극은 어디서 오나요?

"승부(winning)! 이기는 것이 모든 해답이야. 내게는 승리하기 위한 뜨거운 열정이 있었어. 나는 이기지 않고는 못사는 성격이야."

―승리한 후의 느낌은 어떤 것입니까?

"신나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성취한 뒤에 느낌은 날아갈 듯 해. 존재감을 온통 맛보지. 이기는 것은 항상 지는 것보다 좋은 일이야."

―돈은 어떤 의미죠? 포브스(Forbes)의 부자 랭킹 86위에 오를 만큼 엄청난 부자시잖아요?

"돈 자체가 동기 부여가 된 적은 한번도 없어. 30년 넘도록 나는 바이어컴으로부터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어. 내게는 오직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어. 이기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지."

―바이어컴은 어떤 회사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다양하게 퍼져 있는 미디어회사지. 영화사, 케이블, 어린이 채널, 음악채널…. 그리고 우린 유일하게 순수한 콘텐츠 회사라 할 수 있어. 이것이 다른 미디어 회사와 우리 회사의 차별점이지. 결국 내가 믿는 건 콘텐츠거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우리 집안은 아버지 때부터 영화관을 운영해 왔잖아. 아무리 영화관이 좋으면 뭐해. 영화가 엉망이면 사람이 안 와. 좋은 영화가 영화관을 살리지. 그 반대가 아니야. 콘텐츠가 곧 왕(king)이란 말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방송이나 영화보다는 인터넷을 더 즐기는 것 같은데, 이건 바이어컴에는 위협이 아닌가요?

"아니야. 내가 다르게 표현해보지. 요즘 아이들에겐 하루에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 있어. 걔들은 인터넷을 하는 동안에도 케이블 채널을 켜놓지. 동시에 둘 다 해. 즉, 인터넷과 방송 둘 다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바이어컴은 인터넷 방송인 MTV2와 온라인 교육 매체인 노긴(Nogg in) 등 인터넷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의 관계는 어떤가요? 서로 적대적인 관계인가요?

"절대 아니지. 그들은 서로에게 보완 관계야.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들어올 때마다 시장 규모는 더 커졌어. 새 기술이 옛날 기술을 죽인다고 할 수 없어. 시장이 팽창할 뿐이야."

섬너 레드스톤(Redstone) 바이어컴(Viacom) 회장과의 인터뷰는 테니스 게임 같았다. 공을 네트로 넘기기 무섭게 스매시 샷으로 되돌아왔다.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그는 공격적인 질문을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하버드대학 법대 출신의 그는 20대 초반에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그는 "지금은 변호사가 아니지만 한 순간도 변호하는 연습을 게을리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신과 하는 인터뷰도 내 연습 과정의 일부야. 거듭할수록 내 변호 능력은 발전하지."

그의 동작은 느렸다. 악수를 청하자 그의 오른 손이 아주 천천히 올라왔다. 붉은 살갗의 그 손은 마네킹 손처럼 오므라들지 않았다. "보스톤 화재 사건 때 생긴 화상(火傷)인가 보죠?" 기자가 묻자, 그는 "맞아. 나는 서바이버(survivor)지. 어떤 위기에서도 살아남거든. 잘 기억해 두길 바래"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SBS가 주최한 '디지털포럼' 참석차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일단 한국에 오셨으니 기업가들에게 조언 한마디부터 해주시죠.

"나도 잘 몰라. 하지만 한가지 아는 것은 있어. 요즘 뜨는 것이 미디어라는 것. 미국의 가장 효자 수출 종목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부문이라고 말하면 알아듣겠는가. 한국 같은 나라도 그렇잖아. 한류(韓流)를 수출하잖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경제에 엄청난 도움이 되지."

―한국에서는 방송과 신문 교차 소유가 안 되는데요.

"교차 소유를 왜 금지하는 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 더 많은 신문과 더 많은 방송이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선택지가 많아지잖아. 나는 과도한 규제는 업계나 나라 전체에 절대 도움이 안 된다고 봐."

―미래 미디어 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사람들은 나만 보면 그 질문을 해. 10년 뒤에 전세계 미디어 업계가 어떻게 될지 말해달라고 하지. 하지만 난 10년 뒤가 아니라 항상 1년 뒤를 걱정해. 내년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장담컨대, 내년은 바이어컴과 CBS에 기록적으로 좋은 해가 될 거야.(웃음) 두고 보라고."

―좀 더 먼 미래는요?

"내가 4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미디어 산업은 갑자기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기 보다는 진화(evolution)해 나갈 것이라는 거야. 난 인터넷이 하루 아침에 세상을 바꿔 놓은 혁명이었다고 보지 않아. 기술의 진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야. 앞으로도 그런 진화가 계속 일어날 것이고. 진화 과정에서도 콘텐츠는 변하지 않는 핵심이야. 언제나 왕(king)이지."

―왕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네요. 회장님이야 말로 미디어의 왕 아니신가요?

"사실 나는 '왕' '황제' '거물'이라는 말이 싫어. 그 단어들에는 '거만하다'는 뜻이 담겨 있거든. 난 거만하지 않아. 화려하지도 않고. 콘텐츠가 왕이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동물적 감각으로 골라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시니 할리우드 스타들을 거의 매일 보시겠습니다.

"아니, 아니, 아니.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영화 배우들을 쫓아다니는 열성팬(stargazer) 스타일이 절대 아니야.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할 때만 만나는 편이지. 이례적으로 친한 할리우드 인사가 있다면 스티븐 스필버그(Spielberg) 정도…. 집 근처에 '밀키웨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서 자주 밥을 같이 먹지. 나는 진심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하고만 만나. 연예인이라고 입 벌리고 쳐다보지 않아."

(인터뷰 전에 바이어컴 측에서 한가지 내 건 조건이 있었다. 톰 크루즈(Cruise) 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는다는 것. 레드스톤의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톰 크루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3편을 찍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톰 크루즈가 레드스톤의 눈 밖에 나면서 4편 출연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소문도 있다. 톰 크루즈의 몸값에 비해 영화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데다, 그가 툭하면 자기 종교인 사이언톨로지를 선전하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선 약혼녀 케이티 홈즈를 사랑한다며 소파 위에서 방방 뛰어 웃음거리가 된 이후 레드스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약속대로 기자는 이 질문은 하지 않았다.)

―바이어컴의 지난 1분기 실적이 놀라웠습니다. 원인이 뭡니까?

"이익이 무려 33% 증가했지. 33%! 어디서 이런 결과가 나왔냐고? 물론 좋은 경영진이 해낸 일이지. 좋은 실적 뒤에는 항상 훌륭한 사람들이 있거든. 파라마운트는 작년 트랜스포머(Transformer)에 이어 올해 아이언맨(Iron Man)을 성공시켰지. MTV와 바이어컴 게임도 실적에 큰 공헌을 했고. 난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했었지. 왜냐하면 훌륭한 임원들이 이끄는 회사들이니깐."

―아버지께서 극장을 운영해오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 고르는 감각도 길러진 건가요?

"난 꼬마였을 때부터 영화에 온통 마음을 뺏겼었지. 그래서 지금까지 왔는지도 몰라. 어떤 영화가 '대박' 인지 감을 미리 잡는 것은 좋은 거야. 물론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100% 장담은 못해. 하지만 나는 잘 맞추는 편이지."

(그는 1970년대에 스타워즈 시사회를 보다가 갑자기 영화관을 박차고 나온 뒤 근처 주유소 전화기를 이용해 21세기 폭스(Fox) 주식 2만 5000주를 주문해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입니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 음…. 하나만 꼽으라면 '대부(代父)'라고 하겠어. 우연히 이 영화도 파라마운트사 제작이군.(웃음)"

―아이언맨(Iron Man)도 이렇게 흥행에 성공하실 줄 아셨나요?

"그럼. 슈렉, 트랜스포머, 아이언맨. 나는 이 영화들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좋아했지. 아이언맨은 영화 개봉 4일만에 9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 정말 대박이야."

이 때 곁에 있던 한 직원이 "9500만이 아니라 1억 달러입니다"라고 정정해서 말했다. 그러자 레드스톤 회장은 그를 보며 "뭐라고? 안 들려. 다시 말해봐"라고 했다. 레드스톤은 귀가 어두운지 그 직원이 2~3번 같은 말을 반복한 뒤에야 겨우 알아들었다. "어쨌든, 훌륭한 영화라고. 제2, 제3의 아이언맨이 나올 테니 기대해도 좋아."

―회장님은 평소에 '직원(employee)'이라는 말을 싫어하고 대신 '친구들(friends)'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은 회장님께 어떤 존재입니까?

"정말 친구야. 우리는 다른 회사와는 달라. 나는 가족 경영을 하는 회사에서 자라났지. 우리 회사와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도 그들에게 항상 충성을 다하지. 사람들은 실수를 하기도 해. 하지만 신뢰하는 사이라면 그런 실수는 용납 가능하지."

◆싸움닭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고칠 뿐

레드스톤 회장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구글의 유튜브(Youtube)가 지난해 2월 바이어컴의 콘텐츠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10억 달러(약 1조원)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엄청난 액수의 소송이지만 업계는 레드스톤의 전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갑(甲)'을 상대로 소송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에 극장을 운영할 때는 거대 영화사들이 극장에 영화 선택권을 주지 않고 무작위로 영화를 떠넘기는 행태에 반발, 소송을 제기했다. 또 바이어컴을 인수한 뒤인 1980년대에는 자매사의 방송만 편애해 틀어주는 케이블 채널들과 소송해 이겼다. 그 후로도 크고 작은 소송들이 이어졌다. 레드스톤은 거의 모든 소송에서 이겼다.

―하버드대학 법대 출신에 변호사로 일한 경력 때문이신가요? 소송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지? 나처럼 소송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걸. 나는 대화를 좋아해. 소송이라는 것은 당하는 피고도 힘들지만 제기하는 원고한테도 무척 피곤한 일이야. 정말로 부당하지 않다면 소송을 제기할 생각도 안 해. 나는 소송을 하기 전에는 2가지 조건을 꼭 살펴봐. 첫 번째는 정말로 우리한테 중요한 일인가, 두 번째는 정말로 부당한가. 나는 싸움닭이 아니야."

―평소에도 논쟁적인 편이신가요?

"가끔은 그럴 필요가 있지.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야. 논리적인 이유를 갖고 나에게 반박하는 사람들을 환영해. 그것은 단지 의견의 불일치(disagreement)일 뿐이거든. 그런 논쟁은 즐기는 편이야."

―구글의 유튜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셨는데, 이길 가능성이 높은가요?

"당연하지. 남의 지적 재산을 함부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니깐. 그건 도적질이야. 전세계에서 성행하고 있는 불법 행위지. 중국만 그런 게 아니야. 뉴욕의 심장부인 타임스퀘어(Time Square)도 마찬가지야. 물론 완전히 근절할 순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린 끝까지 싸우겠어."

―중국에 가보니 MTV가 여기저기에서 나오더군요.

"중국 TV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외국 방송 브랜드는 MTV 뿐이야. MTV는 중국의 수억 가정으로 전파를 타고 배달되지. 내가 이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큰 공을 기울였는데…. 최근 5년 동안 중국을 8번 방문했어. 정부와 신뢰를 쌓기 위해."

―그 동안 여러 자회사 중에서도 특히 MTV에 애착이 크신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주주들로부터 MTV를 팔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끝까지 MTV를 지켜내셨죠.

"나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야. (웃음) 사람들은 내게 말했지. 'MTV는 스쳐가는 유행일 뿐'이라고, '제 값 받을 수 있을 때 팔라'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콧방귀를 뀌었어. MTV는 문화의 거대한 새로운 흐름이었거든. 세계 여행을 다니면 당신도 알 거야. 다행히 내가 맞았어."

파라마운트사의 영화 히트작

◆싸고 전략 맞는 인터넷 기업이면 인수해

-바이어컴의 앞으로 글로벌 전략은 무엇입니까?

"지금 내가 어디에 와 있지? 왜 내가 이렇게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겠어. 이게 다 우리의 사업 영역을 전세계로 확대하려고 그런 것이지. 우리의 광고주들과 만나고, 채널업자들을 만나 우리의 존재를 최대한 알리려는 것이지."

―디지털 분야의 전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세요?

"우리도 인터넷 분야를 갖고 있어. 나는 이 사업 분야가 지금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요즘 인맥 구축 사이트가 큰 인기를 몰고 있는데, 하나 인수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우리도 이미 자체 사업을 통해 비슷한 것을 하고 있긴 해. (바이어컴의 자회사인 네오팻츠(Neopets) 등을 의미하는 듯) 그래서 지금 당장 다른 인터넷 회사를 살 생각은 없어. 하지만 별로 비싸지 않고 우리 사업과 딱 맞아 떨어지는 회사가 있다면 언제라도 생각해 볼 거야."

―페이스북(facebook)은 어떤가요?

"싫어."

―유튜브는요?

"싫어~."

―회장님은 곧잘 미디어의 제왕인 루퍼트 머독(Murdoch)과 비교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도대체 질문이 뭐지? 자네는 질문하는 게 아니라 이미 명제를 만들어 버린 것 같은데. 뭐가 궁금한 거지?"

―루퍼트 머독과 비유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까?

"우리는 둘 다 모두 '미디어 기업가'로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임무들을 수행해왔어. 우리는 모두 힘들게 싸워서 지금의 회사를 일궈왔지. 그도 성공했고, 나도 성공했어. 우리 모두 개성이 강하지. 나는 그의 성격을 좋아해. 하지만 우리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신문에 치중해 왔고, 나는 TV나 영화에 치중해왔다는 거지."

―신문에는 관심 없으세요?

"남의 사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게 예의야. 머독에겐 신문이 매력적인가 봐. 물론 좋은 사업,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고 봐. 하지만 우리에겐 영화나 방송이 매력적이지. 우리의 우선 순위는 파라마운트, MTV 같은 분야야."

◆승계는 의미 없다. 내가 끝까지 콘트롤 한다.

'내가 곧 바이어컴이다(Viacom is me).'

2001년에 펴낸 그의 자서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잘난 척 하려는 의미는 아니었어. 그냥 바이어컴과 미디어 산업 자체가 내 인생이라는 뜻이었지.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레드스톤 회장은 2인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임자의 두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 즉시 해고해 버린다. 심지어 자식들과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아들 브렌트(Brent·56)로부터 고소 당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주식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에 대한 소송이었다. 또 작년부터는 딸 샤리(Shari·54)와도 바이어컴 경영권을 놓고 다투다가 지금은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레드스톤 회장은 첫 번째 아내와 이혼한 뒤 지금은 40세 연하이자 교사 출신인 두 번째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승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의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이 사라졌다.) 이것 봐,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내가 곧 세상에서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자네는 매일 나이를 먹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매일 젊어지고 있어. 나는 여기에 평생 있을 거야."

―올해 연세가 85세이시죠?

"나는 말이야. 외모상으로는 65세쯤으로 보이지. 그런데 정신은 더 어려. 26세쯤? 에너지는 아직도 팔팔한 20대란 말이야."

―그렇다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을 알려주세요.

"그렇게 쉽게 알려달라고? 그럼 (그 비결을) 나중에 팔아먹지 못할 텐데…. (웃음) 일단 열정적으로 살아야 돼. 열심히 일하고, 여행도 다니고. 이렇게 여행 하는 건 사실 스트레스야. 하지만 도움이 되지. 운동도 되고. 그리고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돼."

―다른 신문을 보니 야채 쥬스를 매일 마시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던데요.

"(하하하. 그는 박장대소를 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노화 방지 성분(antioxident)이 들어가 있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가리지 않고 먹어. 야채, 과일, 쥬스. 나는 이런 음식들이 암과 심장질환, 노화를 막아준다고 믿어."

―오해는 말아주세요. 만약, 먼 훗날에 사람들이 회장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글쎄. 나는 내가 '미디어 업계에 공헌을 많이 하고 훌륭한 기업을 만든 사람'이라고 기억됐으면 좋겠는데. 또 좋은 아버지, 좋은 할아버지로 남았으면 좋겠어."

-가까운 장래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책을 다시 낼까 생각 중이야. 미디어 산업에 대해서 쓸까 아니면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에 대해 쓸까. 언론에 공개 안 한 비법 위주로. 잘 팔릴 것 같지? (웃음)"

인터뷰가 시작한 지 정확히 50분이 흘렀다. 체력이 모두 소진된 것 같았다. 기자가 "이제 그만 할까요. 충분한 것 같은데요."라고 먼저 운을 뗐다. 그러자 레드스톤 회장은 "정말? 그만 할거야? 나 만나기 힘든 사람이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오랜 인터뷰 이후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