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만(灣)의 항구 도시이자, 대륙 횡단 철도의 종착지인 오클랜드(Oakland). 물류의 중심지인 이곳은 최근 지역 내 거주지에 따른 계층화 현상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동쪽 언덕(hillside)엔 백인·아시아계 중산층 거주지가 형성되고, 바다 쪽 시내(westside)는 흑인과 라틴 아메리카계 주민이 늘면서 슬럼화하는 추세다.

이 지역 금융기관인 W은행의 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마이어스(Meyers)씨는 "두 지역을 가르는 또 다른 차이는 바로 신용점수"라고 말했다. "동쪽으로 가면 신용점수가 오르고, 서쪽으로 가면 점수가 떨어지는 동고서저(東高西低) 현상이 나타납니다."

계층에 따른 신용 격차, 이른바 '크레딧 디바이드(Credit Divide)'의 대표적 사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해 8월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인종과 거주지, 연령 등에 따라 계층간에 신용격차가 존재한다는 근거가 있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공평한 경제적 기회를 빼앗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에 따른 신용격차 확연

신용격차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주 지역에 따른 신용격차가 나타난다. 신용정보업체 한국개인신용(KCB)이 전국 3450만여 명의 성인을 현재 거주지(광역시·도별)로 분류하고, 지역별 평균 신용등급을 내봤더니 서울이 4.4등급으로 가장 높고, 전남이 5.2로 가장 낮아 최대 0.8등급 차이가 났다. 서울 다음으로는 대구(평균 4.5 등급)가 높았고, 강원(5.1)과 충남(5.0)이 낮은 축에 들었다.

4등급과 5등급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4등급 이상이면 은행 대출과 거래에 별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5등급 이하면 은행 거래를 하면서 추가적인 담보나 보증이 필요할 수 있다.

같은 서울 내에서도 신용격차가 나타난다. 서초구(4.1)·강남구(4.2)·동작구(4.3)의 등급이 높은 반면, 강북·중랑·금천구(4.7)는 낮게 나온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보면 성남시 분당구가 평균 3.8 등급, 과천시가 4.0으로 높고, 포천시가 5.3, 가평군이 5.2 등급으로 낮아 1.5등급의 차이가 나타난다. 도시와 농촌 사이에도 도농(都農)격차가 두드러진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신용거래 한도가 줄어들고, 더 높은 이율로 대출을 내야 한다. 결국 개인의 소비력은 떨어지고, 빚 부담 역시 늘어나게 된다. 또 늘어난 빚 부담은 대출 연체의 원인이 돼 또다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중호 팀장은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 소외자가 신용불량에 빠지고, (신용불량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신용격차 해소는 국가적 과제

결국 신용등급은 그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신용격차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경제적 양극화를 확대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 때문에 체계적 조기교육과 지속적 관리를 통해 미리 신용격차를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연구소 이기송 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4단계에 걸친 금융 교육을 통해 건전한 신용을 유지하는 방법을
교육시키고, 개인들의 신용 관리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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