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재민(46)씨는 올해 초 교육을 위해 두 아들과 부인을 미국 뉴저지에 보낸 후 매일 밤 15~20분씩 월평균 500분 정도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이용해 안부전화를 건다. 김씨는 "처음 한 달 동안 일반 국제전화 001을 이용할 때에는 요금이 14만원 정도 나왔는데, 2월 초에 서울과 미국에서 같은 인터넷전화에 가입한 후부터 전화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 가족을 두고 있는 이상윤(39·서울 미아동 거주)씨는 작년 11월 전화를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마이LG070'으로 바꾼 후부터 평소 7만원 이상 나왔던 시외전화 요금이 2만원 정도로 줄었다. 인터넷전화로 시외통화를 할 경우, 요금이 시내전화와 똑같아 일반전화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전화가 일반 유선전화에 비해 통화료가 크게 저렴하고, 초고속인터넷 확산으로 통화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LG데이콤은 작년 6월부터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 올 3월 말 현재 40만7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삼성네트웍스·KT 등이 운영하는 기업용 인터넷전화 가입자(약 130만명)를 합칠 경우 170만명이 넘는다. 또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업체인 스카이프는 2005년 10월 국내에 진출한 후 지금까지 15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국내 인터넷전화 매출액은 기업용·가정용을 합쳐 2004년 310억원에서 2007년 659억원으로 112.6%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조사 업체인 엠브레인 의 서울 본사 직원이 18일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중국 상하이 현지법 인 직원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엠브레인 제공

◆저렴한 요금이 장점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은 일반 유선전화에 비해 국제전화 요금이 크게 저렴하다는 것. 영국에 전화를 걸어 1분간 통화할 경우, 일반 유선전화(KT 001)는 1008원인 반면, 인터넷전화는 22원(스카이프) 또는 50원(LG데이콤·KT인터넷전화)에 불과하다.

스카이프에 가입한 회원 간에 인터넷전화로 통화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무료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지사로 발령을 받는 회사원들 중에는 미리 인터넷 전화를 신청해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 DHL·아수스·리바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7000만명에 이르는 스카이프에 가입, 각국 지사 간 통화비용을 줄이고 있다.

국내에서 통화할 때에도 인터넷전화는 시외전화 요금이 시내전화와 동일해, 시외전화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유선전화에 비해 유리하다. 가입비가 없고, 월 기본료가 저렴한 것도 인터넷전화의 장점이다. 1990년대 말 등장했던 초기 인터넷전화는 통화 도중에 전화가 끊기는 현상이 자주 발생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최근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 성능이 100Mbps(초당 100메가비트) 수준으로 향상됨에 따라 통화품질이 일반 유선전화 수준으로 크게 향상됐다.

◆6월부터 '070' 붙이지 않고, 현재 사용 중인 전화번호 그대로 사용

현재 일반 유선전화 가입자가 인터넷전화를 신청하면 앞에 '070'이 들어간 새로운 전화번호를 받게 된다. 070 식별번호는 인터넷전화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6월 일반 유선전화 사용자가 인터넷전화로 바꿀 때 사용해 왔던 전화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집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이 연결된 PC에 말하고 듣는 기능이 있는 '헤드셋'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소프트폰'과 인터넷전화 전용단말기를 초고속인터넷에 직접 연결해서 사용하는 '하드폰' 방식이 있다. 헤드셋은 2만~3만원, 하드폰은 8만~19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소프트폰 방식의 인터넷 전화는 웹카메라를 달아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할 수도 있다.

통신사들은 올해 가정용 인터넷전화 가입자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KT는 올 하반기부터 현재 음성통화가 중심인 인터넷전화에 영상통화, 문자메시지, 생활정보, 다자간통화 등의 서비스를 추가할 방침이다. 삼성네트웍스 등 기업용 인터넷전화 업체들도 가정용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