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얼마나 ‘개발자(Developers)’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웹 개발자’들에게도 뭔가 보여 주세요”

"지금 이 자리에서 보여줘야 하겠습니까? (장내 웃음) 내가 MIX 무대 위에서 공개적으로 원숭이 춤(Monkey boy dance)이라도 춰야 할까요. (장내 웃음) 평생 동안 PR(홍보) 괴물로 살아 왔는데... 웹 디벨로퍼(Web Developers), 웹 디벨로퍼, 웹 디벨로퍼! (장내 청중들 박장대소)" - 하단 첨부동영상 참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MIX08 콘퍼런스 둘째 날 기조연설은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마이크로소프트(MS) CEO의 특유의 몸짓과 언행이 벤처 캐피탈리스트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의 촌철살인 유머와 잘 맞아떨어진 행사였다.

스티브 발머 CEO가 6일 열린 MIX08 기조연설에서 '웹 디벨로퍼(웹 개발자)'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이날 행사는 약 56분쯤 지났을 무렵 스티브 발머의 깜짝쇼가 터져 나와 화제가 됐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웹 디벨로퍼’를 외치며 특유의 몸짓을 내뿜는 순간이었다. 발머 CEO의 깜짝 이벤트에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가 동어반복이나 특유의 막춤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발머 CEO는 몇 년 전 사내 행사에서 'Developer(개발자)'라는 단어를 연거푸 강조하며 흥분하는 영상이 돌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심지어 발머는 자신의 특유한 유머를 발휘하는데 이를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2006년에 열린 또 다른 행사에서는 기조연설에서 “이제는 온라인 광고의 시대”라며 ‘Advertising(광고)’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패러디하기도 했다.

발머 CEO가 직접 언급한 '원숭이 춤'이란 또 다른 MS 내부 행사에서 무대 위를 방방 뛰며 흥분한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것을 뜻한다. 당시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네 마디 말을 하겠다. 나는 이 회사(MS)가 좋다 예에!(I Have four words for ya, I.. Love..this..company! yeeeeeeeah!)"라고 외쳤다. 이 영상은 '원숭이 춤(Monkey boy dance)'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았다.

◆ MS “온라인과 광고, 차기 사업에서 가장 중요”

스티브 발머 CEO는 지난 3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빗(CeBit)을 참관하고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왔다. 가이 가와사키와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한 스티브 발머 CEO는 가벼운 대화를 하며 공개 토크쇼 분위기를 이끌었다. 애플 기술전도사 출신답게 화제작 애플 ‘맥북 에어’를 종이봉투에 담아온 가와사키는 유머와 함께 날카로운 질문을 잇달아 던졌다. 이에 발머는 특유의 자신감과 뻔뻔함을 무기로 다양한 어조와 표정을 보여주며 질문들을 맞받아쳤다.

가와사키가 “왜 MS가 야후를 사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발머는 “우리는 온라인과 광고 시장에서 거대한 존재가 되고 싶다. 차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영역이라고 본다. 검색(검색엔진)은 매우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이고, 광고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가와사키가 “구글을 어떻게 생각 하는가”라고 질문했고, 발머는 “우리는 4가지 영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구글은 네 번째인 '온라인'에서만 잘한다. 데스크톱은 구글이 없고, 엔터프라이즈(기업)도 구글이 없다. 온라인은 온통 ‘구글’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구글(Google)’이라는 발음을 비꼬는 듯 괴상하게 이어 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가와사키는 이에 대해 “구글을 반독점으로 제소하라”며 재치를 발휘했다.

가와사키는 “MS가 애플을 마치 발로 차 깽깽거리는 강아지로 취급 한다”고 하자 발머는 즉석에서 깽깽거리는 강아지 소리를 흉내 냈다. 그러나 그는 “디지털 음악 등에서 애플은 굉장히 잘 하고 있다. 매우 우수한 제품들을 많이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더 크고 에너지도 많다”고 말했다.

가이 가와사키(사진 왼쪽)와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한 스티브 발머 CEO는 가벼운 대화를 건네며 공개 토크쇼 분위기를 이끌었다.

◆ 발머 “하루 e메일 60~70여통 직접 관리"

가와사키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디서 자극을 받는가”는 질문에 발머는 “최고의 회사는 혁신한다, 도전을 즐긴다”고 답했다.

스티브 발머는 하루 일과를 ▲전세계를 비행기를 타고 돌며 끊임없이 고객들을 만나거나, ▲하루종일 회사 사무실에 박혀 회의를 하는 일과에 불과해 따분하고 힘든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e메일은 하루에 60~70통씩 받는데, 대부분 직접 회신을 해 준다. e메일을 관리하는 비서는 따로 없다고 했다. 발머는 "오늘 많은 분들 앞에서 e메일 주소 steveb@microsoft.com 가 공개됐으니, 내일은 더 많이 올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는 6월 파트타임으로 전환되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빌게이츠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발머는 “빌(빌게이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WPF와 함께 성장해 나갈 실버라이트 기술 가능성에 대해 역설한 뒤 “윈도 비스타는 어떤 상황인가”는 질문을 받았다. 가와사키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운영체제”하며 비꼬는 말을 던지자, 발머는 가와사키가 들고 나온 애플 ‘맥북 에어’를 서류 봉투에서 꺼낸 뒤 “내가 들고 다니는 도시바 노트북 PC보다 무겁다”며 툭 던져 버렸다. 그는 이어 맥북 에어를 잡아 채 바닥에 놓고 부숴 버리려는 퍼포먼스를 보여 준 뒤 “DVD 드라이브는 어디 있나”며 찾는 시늉을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가와사키 "MS, 예전의 오만함 많이 버려" 호평

“어떻게 MS는 이렇게 많은 분야에 한꺼번에 집중하나”는 질문에 발머는 “보통 기업들은 한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엔터프라이즈와 데스크톱PC 기술 두 가지를 이뤄 냈고, 여기에 모바일과 온라인(웹)이라는 새로운 것을 올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비스타 질문을 피해 가려는 것 아니냐”는 가와사키의 역공에 발머는 “비스타는 호환성이나 드라이버 이슈 등 다양한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서비스팩 1(SP1)도 기업에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발머는 웹브라우저와 관련된 질문에서 “우리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며 “IE8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기능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가와사키가 “내가 생각해도 요즘 MS는 예전의 오만했던 회사가 아니다. 요즘 입사한 MS 직원들은 영리하고 열심히 일하며 e메일 답장도 빠르다”고 호평하자 발머는 “내일 1000명(MIX08 청중을 의미)이 보내는 e메일에 개인적인 답장을 기대하지 말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진행된 질문 답변에서 그 동안 MS가 주축이 됐던 HD-DVD 기술이 지고 블루레이가 뜨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발머는 “우리는 광 드라이브를 만들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HD-DVD의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시장에서 비용 효율이 높아, X박스 360과 긴밀하게 한 것인데, 결국 산업이 변하면서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우리는 블루레이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윈도의 경우 이미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지원한다. 앞으로 합리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와사키는 공개 토크쇼를 마무리하면서 “당신(발머)이 맥북 에어를 정말 사고 싶은 것 같다”며 “할인해서 사고 싶으면 나에게 연락해라, 애플에 친구가 있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행사 자료를 비롯해 MIX08 콘퍼런스의 모든 세션은 http://sessions.visitmix.com 를 통해 HD급 영상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에 참가한 스티브 발머 CEO는 야후와  관련, “야후 인수 제안은 적절한 시기에 했다고 본다”며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자평해 눈길을 끌었다.

발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안한 거래는 가격이나 구조적인 면에서 합리적”이라며 “우리는 (제안이) 현실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머는 이어 “MS와 야후에 큰 도움이 되고, 야후 주주와 MS 주주들에게, 그리고 광고주들과 소비자들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