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국식품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기업들과 함께 개발한 볶은김치·고추장·된장국·녹차·홍삼차·즉석밥·김치·라면·생식바·수정과 분말 등 한국우주식품 10종이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IBMP)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먹을 수 있는 우주식품으로 인증받았다.

'우주식품 한식'들은 저기압, 저중력, 고에너지 상태에서 안전하게 보존되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우주식품의 기본 요건 외에도 한식으로서의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김치. 방사선으로 멸균시켜 버리면 김치의 핵심인 유산균도 사라진다. 볶은김치를 개발한 대상 종가집 팀은 우주식품으로 허용되는 미생물을 유산균으로만 채우는 전략을 택했다. 김치 10g에는 원래 1억~10억 마리의 미생물이 들어 있지만, 우주식품으로 인증받으려면 1만~10만 마리의 미생물만이 허용된다. 배추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토양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좋지 않은 균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김장 김치에서 별도 분리한 안전한 유산균만을 우주인 김치에 집어넣어 발효, 숙성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 후 급속 동결·건조시켜 물만 부으면 볶은김치 형태로 김치 본연의 맛, 식감(食感)이 살아나게 했다.

고추장도 미생물 수가 풍부한 발효 음식. 그러나 완전건조 방식을 택하면 기존 고추장의 점성과 맛이 사라지는 게 문제였다. 한국식품연구원과 대상식품연구소는 고추장을 우주식품 전용 포장용기에 진공상태로 담아 121도에서 10~15분간 가열하는 '고온가압' 방식을 써서, 일정 한도의 미생물 수만 유지하면서도 고추장 특유의 질감과 맛은 살렸다.

물의 온도가 최고 70도인 우주에서 라면을 끓이는 것도 문제다. 농심은 면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극대화해 뜨겁지 않은 물에서도 물의 침투를 늘려 쉽게 익힐 수 있는 '우주라면'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