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차명계좌 비자금 의혹에 대해 추가폭로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도 수사검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삼성 비자금 의혹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은 초지일관 김용철 전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당시 재무팀 소속이었던 김 변호사와 같은 팀에 있던 임원이 김 변호사의 양해를 얻어 만든 차명계좌라는 것이다.

삼성은 차명계좌 전주(錢主) 역시 삼성 밖의 제3자, 즉 재무담당 임원이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외에는 모두 180도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삼성의 주장대로 회사 비자금은 아니라면 과연 김 변호사 이름으로 만들어진 계좌자금의 실제 주인은 누구일까.

재계나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삼성의 설명을 '넌센스'로 일축하고 있다. 비자금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구조본 재무담당 임원이 회사와 무관한 개인친분 인사의 돈관리를 위해 특수부 검사출신의 삼성 영입인사에게 차명계좌 개설을 부탁했다는 설명은 상식밖이라는 것.

더구나 이같은 행위는 금융실명법에도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행위다. 회사에 발각될 경우 징계감이 될 수도 있는 사안(회사와 무관한 제3자의 돈을 차명으로 관리하는 행위)을 처리하면서 삼성그룹 본관에 입주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계좌를 만들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명계좌 전주가 삼성 최고위층의 개인 자금일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부회장급 또는 주요 계열사 고참 사장급 경영진의 경우 연봉과 스톡옵션 등이 수백억원대여서 그룹 재무팀이 이들의 자금관리와 재테크를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마 그런 성격의 자금일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내 자금파트에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룹 내 고위인사의 경우 재무라인에서 개인자금 운용에 '여러가지 형태'의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만약 삼성 주장대로 비자금이 아니라면 그룹 수뇌부의 개인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연봉이나 보너스, 스톡옵션은 세원이 정확이 포착되는 수입이라는 점에서 굳이 차명으로 자금을 운용할 필요할 이유가 적다는 점은 여전히 남는 의문이다.

삼성 측의 설명대로라면 김 변호사의 일련의 행동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삼성에 따르면 김 변호사은 동료 재무담당 임원의 부탁으로 계좌를 만들워줘놓고도 차명이 아닌 도명계좌이며, 비자금이 들어있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의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면 금방 들통날 수 있다. .

삼성의 주장대로 문제의 계좌들이 김 변호사가 협조해 준 차명계좌라면 계좌개설 신청서를 김 변호사 본인이 직접 작성했거나 본인의 인감도장을 찍은 위임장을 줬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은행이나 굿모닝신한증권의 계좌개설 당시 서류를 확인하면 금방 확인되는 사실이다. 김 변호사 본인의 필적이 아니거나 위임장, 인감증명이 누락된 서류라면 적어도 김 변호사의 동의를 받은 차명계좌는 아니라는 뜻이다.

동의를 받지 않은 차명계좌인 것이 드러나면 김 변호사 주장대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동의는 받았으나 서류를 갖추지 않은 것이라면 우리은행과 삼성의 탈법적인 업무관행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물론 관련서류가 모두 갖춰져 있다면 김 변호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결국 계좌를 개설한 은행과 증권사가 보관중인 서류를 확인하면 비자금 논란의 진실은 자명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비자금이든 제3자의 돈이든 목적은 '자금세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면 큰 돈이 오간 흔적이 있더라도 해명이 가능한, 고액연봉을 받는 삼성 임원의 이름을 빌리는 방법이 가장 적절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거나 김 변호사 본인의 계좌인만큼 본인이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게 의혹을 푸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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