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법인에 근무하는 P.K 다스(Das·42)씨는 2005년 5월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그는 14명의 동료 인도인 직원들과 함께 경남 창원 LG전자의 사내 혁신교육센터인 '혁신학교'에서 4박5일간 교육을 받았다.

하루 4시간만 자고 12㎞ 새벽 구보하기 등 난생 처음 겪는 스파르타식 교육이었다. '플라스틱 빨대로 생감자에 구멍 뚫기'며, '날계란 세우기'처럼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과제를 부여받아 해결하는 경험도 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한국식 정신교육의 세례를 받은 것이었다.

◆정신교육의 힘=다스씨는 지금 인도 남동부 IT도시 하이데라바드에 주재하며 LG전자의 남부지역 판매 담당 매니저를 맡고 있다. 그의 담당지역에서 LG전자는 가전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단연 1위다.

▲ LG전자 뉴델리 대리점. 제품을 배달하는 인도인 직원들의 몸놀림이 분주하다.

그의 일하는 스타일은 ‘악바리 코리안’이다. 술 싫어하고, 야근 꺼려하는 인도의 기업 문화에서 그는 폭탄주며 밤샘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미팅을 마치고도 새벽 5시면 지방 출장을 떠난다. 인도 남부 수천㎞를 누비며 한 달에 20일을 출장으로 보낸다.

그는 “경쟁사에 지고는 못 산다”고 말했다.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국식 정신교육을 통해 근성 있고 파이팅 넘치는 산업전사로 새로 탄생했다. 다스씨는 “생애 가장 힘든 교육이었지만 나를 가장 많이 바뀌게 했다”며 “이런 교육은 한국 기업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스씨처럼 LG전자의 ‘혁신학교’를 나온 직원들이 LG전자 인도법인엔 2000여명이 있다. 이들의 활약 덕에 11억 인도 시장에서 냉장고·에어컨·세탁기·전자레인지 등은 LG전자가 1등을 질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며, 소니·히타치·월풀·비데오콘 같은 경쟁 업체들을 모조리 제쳤다.

◆한국식 체험 마케팅=직원 교육만 그런 게 아니다. '요리강습 판촉전'.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도에서 전자레인지 수요는 충분했다. 그런데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전자레인지 활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LG전자는 한국식 마케팅 전략을 가져왔다. 90여명의 요리강사를 채용, 이들을 인도 전국으로 내보내 매주 3번씩 커리(카레)나 사부지(야채요리) 등 인도 전통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무료 강습회를 연간 1만4000회 이상 열었다.

8~90년대 국내에서 가전업체들이 동네마다 요리강습회를 열어 소비자가 전자레인지에 친숙하게 하는 마케팅을 펼쳤던 경험에서 따온 것이었다. 덕분에 LG전자는 인도 전자레인지 시장의 35%를 장악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신문범 부사장은 “한국에서 성공했던 방법이 통했고 지금은 경쟁 업체들이 따라한다고 난리”라고 전했다.

신문·방송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농촌 지역을 파고들기 위해 ‘트럭 체험 판촉’도 구사했다. 90년대 한국에서 홈씨어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제품을 버스에 싣고 판촉을 했던 것처럼, 2.5t 트럭을 개조해 냉장고·에어컨·세탁기를 싣고 시골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사용해보게 했다.

◆가족까지 배려=노사문제 역시 한국식 방식을 가미했다. 신문범 부사장은 매주 이틀은 꼭 현장 직원들과 피자를 놓고 점심을 먹는다. 중간 간부 배석 없이 현장의 얘기를 직접 듣는 시간이다. 89년 이후 무분규 전통을 이어오는 LG전자의 '노·경(勞經) 문화'를 인도식으로 접목한 것이다.

LG전자 인도 공장 직원의 자녀들은 전교 1등을 하면 1000달러짜리 노트북 PC를 받는다. 반에서 1등하면 데스크 톱 PC를 받는다. 시험 성적이 80점이 넘으면 100~250달러 상당의 문구류 선물도 준다. 벌써 247명이 받았다.

인도나 서구식 문화에선 있을 수 없는 ‘가족 대사(大使)’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사무직 직원이 모든 현장직 사원들의 가정을 방문해 가족들의 애로와 요망사항을 청취해 경영진에게 보고하게 한다. 가족까지 배려해 애사심(愛社心)을 키우는 한국식 문화다.

코벌라이제이션(Kobal ization=Korea+global ization)=한국형 경영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과정. '한세화(韓世化)'라고 번역된다(조동성 서울대교수). 선진국을 추종하는 모델을 뛰어넘어 한국식 성공 모델을 갖고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자는 새로운 전략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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