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이론을 제안하고 이를 산업화한 프랑스와 독일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9일 프랑스 남(南)파리대학(Paris-Sud)의 알베르 페르(Albert Fert·69) 교수와 독일 쥴리히 연구소의 피터 A 그륀베르크(Grunberg·68) 박사가 컴퓨터 저장장치의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자성(磁性) 물질을 개발한 공로로 200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컴퓨터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는 자석 같은 자기장의 세기로 데이터를 기록한다.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데이터를 기록했는지를 약속하는데 이를 판독하는 장치를 헤드(head)라고 부른다. 페르와 그륀베르크 박사는 헤드의 성능을 대폭 개선해 자기장의 세기가 작아져도 데이터를 오류 없이 읽게 하는 ‘거대자기저항(GMR· Giant MagnetoResistance)’ 이론을 정립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최석봉(38) 교수는 “두 사람은 전자의 전기적 성질과 자기적 성질을 융합해 당시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며 “하드디스크의 성능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만든 이론 덕분”이라고 말했다.

페르 교수와 공동 연구를 했던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이경진(36) 교수는 “페르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 준 1988년 논문은 현재 다른 과학자의 논문에 3500회 이상 인용됐다”며 “명예는 논문을 빨리 출간한 페르 교수가 가져갔지만 연구의 특허는 그륀베르크 박사에게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