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번호를 남겨 휴대폰 사용자들을 ‘낚고 있는’ 신종 스팸. ‘원링스팸(one-ring)’을 퇴치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악질 휴대폰 스팸에 못 이겨 한 소비자가 직접 팔을 걷어붙여 화제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기태(33)씨가 운영하는 '부재중전화 스팸번호 & 선불폰 검색 DB(http://missed-call.no-ip.info) '에서는 지난 8월부터 스팸번호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직접 개발, 무료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원링 스팸이란 전화 통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말 그대도 ‘한번 울리고 끊어지는’ 전화다.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번호가 기록된다는 기능을 악용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용자들이 지인에게 전화가 온 것처럼 착각하도록 해 지능적으로 ‘낚는다.’

해당 서비스를 만든 사람의 이유는 간단하다. 오기태씨는 “지난 8월 초 밤 12시에 부재중 스팸 때문에 화가 몹시 나 있었단 상태였다”며 “여러 사람이 확인하는 번호는 스팸일 가능성이 높다는 기본 원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즉 사용자들이 의심되는 스팸 전화번호를 검색하면 해당 번호가 몇 번 검색되었는지 보여준다. 만약 두 번 이상 검색된 번호는 다른 사람들도 스팸임을 의심했다는 뜻이므로, 스팸 번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용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최근 활개를 치는 스팸 번호가 많이 쌓이게 된다. 그는 또 스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불 폰 번호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해당 웹사이트에서 담고 있는 휴대폰 번호는 1413개, 조회정보는 2420개에 달한다. 즉 2420개에서 1413개를 제외한 수만큼 방문객들이 특정 스팸번호들을 중복 검색했다는 의미다.

그는 “한 번호마다 몇 번 검색됐는지 표시해 준다”며 “3회 이상 검색된 스팸 번호는 별도 목록을 제공하고 있어, 사용자들이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등에 한꺼번에 스팸 대응 번호로 등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나”는 질문에 그는 “오픈 초기에는 거의 알리지 않아 방문객이 적었지만, 지난 1주일 동안 원링 스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하루에 900여명이 다녀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정보보호진흥원 등 정부 유관기관에서 이런 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며 “정보보호 진흥원 1336번에 전화해 보니 ARS로 서비스를 한정하고 있는 등 신고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아쉬웠다”고 비판했다.

오기태씨는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계속 비영리로 운영하겠다”며 “향후 오픈API 등을 제공해 각종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손쉽게 스팸 번호를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자신의 블로그(http://missed-calls.blogspot.com)를 통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받고 있다.

◆지긋지긋한 원링스팸, 발신자 추적도 어려워

원링 스팸이란 전화 통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말 그대도 ‘한번 울리고 끊어지는’ 전화다.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번호가 기록된다는 기능을 악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번 울리고 끊긴 전화번호에 다시 걸어보면 대출 광고를 홍보하고 있거나, 휴대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번로는 임시 폰으로 사용자들을 우롱하기도 한다. 몇 번씩 착신전환을 돌리며 사용자들을 비웃고 있다. 특히 이런 전화들은 대부분 ‘01X’로 시작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 발신번호로 급하게 회신하지만 대부분 스팸 전화다. 원링 스팸은 발신자 추적도 쉽지 않아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

정보통신부가 올 상반기 ‘휴대전화 스팸 트랩’으로 무작위 조사한 결과 원링 스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스팸 트랩번호 1000개 중 원링은 192건(10개당 1.9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조사에서 번호를 4000개로 늘리자 2498건(10개당 6.2건)이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