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애플도 저가폰에 길들여진 휴대폰 고객들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당초 4분기에 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알려진 애플은 예상보다 한 달 빠른 지난 5일(현지시간) 8기가바이트(GB) 아이폰을 종전 599달러에서 200달러 인하한 399달러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항상 `애플 프리미엄`을 요구해온 애플이 저가폰이 판치는 휴대폰 시장에서는 그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마켓워치 등 외신들은 전했다.

◇뼈아픈 할인..`그래도 살아남으려면`

▲ 아이폰을 들고 있는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열정적인 `애플 전도사`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출시한지 두 달을 조금 넘긴 아이폰의 판매 가격을 절반 가까이 인하했다.

가격이 민감한 주제인 전자업계에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애플 주가는 9% 폭락했고 아이폰 구매고객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애플은 다음날 기존 고객에게 100달러짜리 애플 상품권(Credit)을 제공했다.

시장 조사업체 NPD그룹의 로스 루빈 소비자 가전 담당 애널리스트는 "출시한지 얼마 안되서 판매가격을 크게 인하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당초 애플은 오는 4분기에 아이폰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JP모간의 케빈 창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전한 바 있다.

수많은 장애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플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아이폰 가격을 인하한 배경에는 휴대폰 시장의 저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아이폰 7월 성적, 저가 초콜릿폰과 동점

▲ LG전자의 초콜릿폰.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 프리미엄`은 통하지 않았다. 애플의 신제품이 종종 품귀 현상을 빚었던 것과 달리 아이폰 수급은 순조로웠다.

실제로 지난 7월 미국 휴대폰 판매 집계에서 아이폰은 스마트폰 가운데 판매 1위를 기록했지만 아이폰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였다.

7월 매출에서 세련된 디자인과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후광을 업은 아이폰은 저가 전략을 선택한 LG전자(066570)의 초콜릿폰과 동점을 기록했다.

NYT는 버라이즌이 미국에서 하얗고 날씬한 초콜릿폰을 단 돈 4만7000원(49달러95센트)에 판매하고 있다며, 56만3000원(600달러)를 내고 아이폰을 살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저가폰만 살아남았다. 미국 3위 통신사 스프린트 넥스텔의 베테랑 영업사원은 "가장 인기 있는 휴대폰은 항상 가장 싼 것이었다"고 말했다.

◇빨리 내리고 파이 키워라..`승부는 지금부터`

▲ 애플의 멀티미디어 휴대폰 `아이폰`큰 물에 뛰어든 아이폰의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젊은 MP3플레이어 시장과 달리 노련한 휴대폰시장은 큰 규모만큼 잘 조직되어 있고, 재정적으로도 탄탄하다. 그리고 노회한 경쟁업체들은 경쟁사의 전략도 재빠르게 모방한다.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들이 톡톡히 수업을 치른대로 기술력 뿐만 아니라, 탄탄한 재정 운영과 재빠른 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

업계 선배인 모토로라도 저가폰과 경쟁에서 고전한 바 있다.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은 얇은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현재 대부분의 휴대폰이 `얇고 싸다`고 마켓워치는 밝혔다.

모토로라의 톰 메레디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저가 전략이 항상 승리한다"며 "다시 말해보라고 해도 저가 전략이 항상 통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의 가격인하로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휴대폰 업계에서 재빠르게 가격을 낮추고 시장점유율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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