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의 극동건설 인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너무 비싸게 샀다’, ‘웅진이 론스타에 당한 것 아니냐’…. 여러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업계의 적정인수가격은 4000억원선 안팎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연 결과, 웅진은 6600억원이란 거액을 베팅했다. 웅진은 2위 업체보다 1000억원 이상을 더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측은 "그룹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건설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일부업체가 도산하는 상황에서 극동건설이 제 위치를 찾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쌍용건설 등 M&A(인수합병)를 앞둔 다른 건설사로 과열·거품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웅진, "반드시 인수한다" 의욕 과잉=입찰 전 웅진의 극동건설 인수 의지는 대단했다는 후문. 이달 초 실시됐던 1차 입찰에서 웅진은 STX그룹·유진그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웅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입찰 후 "무조건 우리가 인수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는 것. 배경에는 웅진이 건설업을 하면서 마이너의 설움을 겪었던 것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웅진은 지난 2005년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웅진건설을 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이 몇 차례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상당히 고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극동건설은 한때 도급순위 7위까지 올랐던 유명건설사다.

론스타의 절묘한 입찰 방식도 웅진의 고가(高價)인수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팔면서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 입찰 방식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사실상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개별협상을 통해 가격을 더 올려 부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격이 계속 올라가자, 당초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썼던 것으로 알려진 STX·유진은 중도 포기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A사 관계자는 “론스타가 입찰 참여업체를 꽉 움켜쥐고, 자기들 손아귀에서 놀아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극동건설 6600억원 가치 있나?=웅진은 "극동만큼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춘 곳이 없다"며 "가격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시각은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가가 주류다. A사 서모 부사장은 "극동이 과거에는 토목분야 시공실적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실적만 갖고는 공사 따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주택경기가 바닥을 헤매는 상황에서 웅진의 기대만큼 비데·정수기 같은 제품군(群)과 주택분야의 시너지(synergy) 효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극동건설은 최근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부채비율도 100%가 안 된다. 그래서 대우건설만큼 우량기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웅진은 극동을 1주당 2만5100원에 인수했다. 이는 대우건설 인수가격(주당 2만63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영업이익률·순이익률이 2년 연속 상승했지만, 극동은 거꾸로다.

극동은 공사 수주(계약기준) 실적도 2005년 1조원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4000억원대로 급감했다. 입찰에 관여했던 H컨설팅 관계자는 “건설 실적이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은 과대평가됐다”면서 “건축비중이 높아 매출 구조도 불균형이 심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