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잘하는 노총각은 흔치 않다. 대부분 술과 자동차 등에 계획 없이 써버리고 “역시, 결혼을 해야 돈을 모은다”고 하소연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 공식이 비켜가는 남자도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연구원인 김영재(36·사진)씨도 그중 한 명. 주변에서 '재테크 박사'로 불리는 그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2002년부터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활용해 5년 만에 3억5000만원 상당의 자산을 마련했다. 그의 목표는 '2011년에 10억원 마련'이며 투자 전략은 '매년 부동산 하나씩 사기'다.

◆주식으로 출발

그의 연봉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대기업 직원과 비슷한 5000만~6000만원. 하지만 그는 ‘세계 일주’와 ‘사립학교 설립’ 등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벌어 보기로 결심했다.

처음 도전한 것은 주식이었다. 2002년, 그는 저평가된 블루칩(우량주식)을 몇 달 동안 탐색한 끝에 그해 말 최저점 수준이었던 하이닉스를 100만원 단위로 몇 차례 샀다. 그 뒤 1년 정도 보유하다가 50% 정도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하지만 그는 주식의 경우 위험부담이 큰데다, 수시로 주가를 보다 보면 직장 일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판단,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전국을 다니며 부동산 고수들과 인맥 구축

2003년부터 그는 주말마다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만약 부동산 고수를 만나면 밥이나 술을 사는 것은 기본이다. 술에 아무리 취해도 좋은 정보를 들으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꼭 한 뒤에야 쓰러졌다. 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부동산 중개업소 하나를 찾으려면 최소한 10개 업소는 돌아 다녀야 한다"고 했다.

2004년엔 해외 원정까지 나갔다. 중국 상하이 투자 정보를 듣고, 3박 4일 동안 택시를 대절해 분양 사무소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투자는 하지 않았다. 외국인 신분이어서 세금이나 소유권 문제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90% 이상 확신이 올 때 투자

그는 종자돈 마련에도 힘을 기울였다. 월급의 절반 정도를 적금이나 증권사 CMA(자산관리계좌) 등에 넣어 조금씩 목돈을 만들어 나갔다. 자가용은 포기했다.

2억원쯤 모았던 지난해 중순,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그 동안 쌓아 놓은 인맥을 통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자신이 꼭 찾던 물건이 나왔다는 정보가 입수된 것. 역세권의 22평짜리 빌라였다. 주변에 1000가구 아파트도 들어서 있고, 재개발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가격은 2억4500만원. 그는 “앞으로 나올 호재들이 많아 90% 이상 확신을 갖고 샀다”고 말했다. 모자란 5000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현재 시세는 약 3억2000만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자금 줄이 막힌 요즘은 경매에 주목

그는 요즘 두 번째 도전을 앞두고 부지런히 현장을 답사하고 다닌다. 이번엔 토지다. 그는 “아파트에 비해 토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수익·고위험)’이지만, 좋은 물건을 골라 내면 2~3배 뛰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특히 요즘처럼 각종 정부 규제로 자금줄이 막혀 있을 때 나오는 급매물을 노리기 위해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매년 조그만 집이라도 하나씩은 꼭 사려고 합니다. 전국에 잘 뒤져보면 5000만원짜리 집도 많거든요.” 그는 5년 뒤에 집 5채를 만들어 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뒤, 월세를 받아 굴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