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우리는 어떤 자동차를 타고 생활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가솔린과 디젤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를 타고 있을까. 아니면 수소나 전기 같은 전혀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한 차량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최근 끝난 서울모터쇼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등을 선보이며 친환경기술을 한껏 과시했다.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친환경차 개발에 나서는 것은 환경 문제가 기업의 미래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CO₂)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CO₂의 주배출원은 바로 자동차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앞다퉈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스위스 자동차디자인 전문업체 린스피드(Rinspeed)가 지난 3월 열린 제네바모터쇼에 출품한 친환경 콘셉트카‘엑사시스(eXasis)’. 린스피드와 바이엘 재료과학이 공동 개발한 이 차는 초경량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750㎏으로 줄였으며, 가솔린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한다. 린스피드 홈페이지

가장 앞서 가고 있는 것이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EU)집행위는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신규 법안을 제안했다. 2012년부터 EU 역내에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 CO₂ 배출량을 현재 163g/㎞에서 130g/㎞로 20% 이상 줄이라는 것이다. 일본도 오는 2015년까지 연비 기준을 2004년 대비 23.5%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미국도 2009년부터 새로 판매되는 자동차의 연비 기준을 4%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비가 높아지면 그만큼 CO₂ 배출이 줄게 된다.

자동차업계도 역시 CO₂와 씨름 중이다. 자동차업체들의 노력은 크게 연비 개선, 대체연료차 개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은 무공해자동차의 개발이라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실 19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가 발생하고, 이후 자동차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였다. 그러나 막대한 개발비용과 기술 문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그 후 자동차업체들은 기존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켜 배기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한편,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나서게 된다.

1994년 4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네카(NECAR) 1’을 발표하면서 연료전지차 개발 경쟁이 촉발됐다. 하지만 연료전지차 역시 기술적인 문제와 막대한 개발비용 등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 그 틈새를 겨냥한 것이 하이브리드차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을 결합해 연비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인 친환경차가 나오기 이전 단계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현재 도요타·혼다 등 일본업체가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GM·포드·폴크스바겐 등 다른 업체들도 개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업체들이 디젤엔진에 대한 강점을 바탕으로 디젤엔진을 사용한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나서고 있어,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럽업체들은 CO₂ 규제에 대응해 디젤차 개발과 보급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디젤차는 가솔린차에 비해 연비와 CO₂ 배출량을 약 20% 정도 개선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유럽 지역 신차 판매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디젤차 보급이 미미하지만, 디젤엔진 기술 향상으로 CO₂이외에 다른 배기가스 배출량도 가솔린엔진 수준까지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는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환경문제와 고유가 문제가 결합되면서 대체연료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에탄올차로, GM·포드 등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2017년까지 대체에너지 사용량을 350억 갤런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일본도 바이오 에탄올 등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를 강구 중이다. 유럽위원회도 2020년까지 전체 수송 연료의 10%를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대체연료차 개발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친환경차 자리는 수소차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수소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공급 또한 무제한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차업체 역시 수소 차량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같은 수소를 사용하지만, 기술개발의 방향은 수소를 이용해 발생한 전기를 이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를 직접 분사해 폭발하는 힘을 이용하는 수소엔진차로 나뉜다. 하지만 양쪽 모두 기술적인 문제와 개발 비용, 인프라 구축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 수소차라는 데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2030년 이전에 대중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이전까지는 디젤과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로서 역할을 확대할 것이다. 에탄올 등 대체연료 비중도 점차 높아져 갈 것이다. 기존의 내연기관을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의 근본적 변화는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