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 전시장이 인파로 북적이던 지난 9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Moscone) 컨벤션센터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일격을 날렸다.

잡스는 ‘맥월드 컨퍼런스&엑스포’ 기조연설을 통해 “애플이 오늘 휴대폰을 재발명(reinvent)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손에는 아이팟·인터넷·휴대폰이 합쳐진 아이폰(iPhone)이 들려 있었다. 잡스는 말한다. “음악을 듣고, 전화를 걸고, 웹에 연결하는 모든 기기가 하나가 된다. 이제는 터치(Touch)의 시대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IT의 미래를 그의 연설로 만나 본다.

▲ 지난 9일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맥월드 컨퍼런스&엑스포' 기조연설 도중 "고등학교 시절 TV전파를 방해하는 기계로 장난을 치곤 했다"며 사람들이 수상기를 잡고 시청하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P

오늘 우리는 함께 새 역사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제가 지난 2년 반 동안 고대하던 날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종래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혁신적인 제품이 고비마다 등장합니다. 이런 제품 중 하나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지요.

오늘 여러분은 디지털 기기의 미래를 보여주는 세 가지 상품을 보시게 됩니다. 첫째, 와이드 스크린을 채용한 아이팟입니다. 둘째, 혁명적으로 변신한 새 휴대폰입니다. 셋째,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장치입니다. 자, ‘아이팟·전화·인터넷’, ‘아이팟·전화·인터넷’…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것들은 전부 다른 기기가 아닙니다. 바로 이 하나의 기기 ‘아이폰(iPhone)’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가장 앞선 기술을 보여준 폰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플라스틱 키보드가 달려 있지요. 이 제품들의 문제는 이름만 스마트폰이지, 전혀 스마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용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큐·트레오·블랙베리를 보십시오. 전체 화면의 40%를 차지하는 키패드가 하단부에 있습니다. 자주 쓰든 안 쓰든 모든 버튼이 고정돼 있지요. 게다가 새로운 버튼을 추가할 수도 없어요. 그러나 사용자들은 저마다 다른 종류의 버튼을 사용합니다.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다른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UI)이 필요하다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아이폰은 모든 버튼을 제거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장치를 마음대로 조종할까요. 기존의 스타일러스 펜이요? 누가 이런 불편한 걸 좋아하겠습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포인팅 장치’를 사용하면 됩니다. 바로 우리의 손가락입니다. 그래서 ‘멀티 터치(Multi-touch)’라고 불리는 신기술을 도입했습니다. 펜은 필요없습니다. 손가락으로 어떠한 장치보다 정확하게 터치해서 원하는 화면을 부를 수 있습니다.

아이폰은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5년 정도 앞서가는 OS(운영체제)X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왜 휴대폰에 이런 정교한 OS가 들어가야 할까요. 다중작업(Multi-tasking)·네트워킹, 스케줄 관리·그래픽·보안·비디오·오디오 등 우리가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한 기기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터치’로 작동합니다. 폰을 열 때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로지르면 됩니다. 손가락을 화면에 갖다 대면 저절로 위아래로 스크롤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스크롤을 해본 순간 반했다”라고 하더군요.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화면에 보이는 사진을 크게 혹은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두 손가락 사이를 벌리면 사진도 함께 커지고, 손가락 사이를 오므리면 사진이 작아집니다. HTML 이메일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글맵도 쓸 수 있습니다.

자, 인터넷 뉴욕타임스 화면을 로드해 볼까요. 데스크톱으로 즐기던 것과 똑같은 화면을 고해상도로 즐길 수 있습니다.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하고 줄였듯이 인터넷 사이트도 손가락으로 특정 부분을 확대·축소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기사를 터치해서 바로 읽어 볼 수도 있지요.

애플은 맥뿐 아니라 아이팟·아이폰 등 컴퓨터 영역을 넘어선 소비자 가전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부터 애플컴퓨터사(Apple Computer Inc.)가 아니라 애플사(Apple Inc.)로 개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어제 한숨도 못 잤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아이스하키 퍽(puck)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하고 경기한다.” 그것이 바로 앞으로도 변함없을 애플의 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