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경제성적이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2003년 출범 후 경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잠재 성장률(4% 후반)을 밑돌았고 올해도 잠재 성장률 수준을 달성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잠재 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기본 실력인데, 이에 못 미쳤다는 것은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성장률은 5~9% 수준이었고, 그 전 정권때 성장률도 이와 비슷하거나 높았다.

또 현 정부 들어 3대 경제지표인 ▲민간소비 ▲투자 ▲수출 중 수출만 세계경제 호황 덕분에 호조를 띠었을 뿐, 민간소비와 투자도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했다. 나랏빚(국가채무)은 역대 정부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13일 '한국 경제 성장 활력 잃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 "2003년 이후 한국경제는 일시적 원인이 아닌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잘못 대응할 경우 심각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대정부 중 꼴찌 성적표=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경제성적을 보면 대체로 임기 전반부에는 강하고 후반부에는 약한 '전강후약(前强後弱)'의 특징을 보였다. 경제성장률(GDP·국내총생산 기준)의 경우, YS정부 시절 전반기(1993~95년) 평균 성장률이 7.9%이던 게 후반기(1996~97년)에는 5.9%로 떨어졌다. DJ정부 시절에도 전반기(1999~2000년) 9.0%에서 후반기(2001~02년)에는 5.4%로 낮아졌다. 두 정권 모두 후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은 추락했지만 모두 잠재성장률 수준은 넘었다. '성장의 불씨'는 계속 살려나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기록은 현 정부 들어 무너졌다. 출범 첫해부터 성장률이 3.1%로 곤두박질쳤다. 전반기(2003~2005년) 평균 성장률이 3.9%에 그쳤고, 후반기(2006~2007년)에 다소 좋아지더라도 종합적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성적표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현 정부 들어 확산된 반(反)기업 정서가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률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며 "지금 정부는 임기 중에 잠재성장률 이상을 한번도 달성하지 못하는 최초의 정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 정부 임기 중에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는 등 최대 호황을 누렸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환율·고유가 여파로 채산성이 나빠지면서 수출이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고, 주가 상승의 과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독점했다는 지적도 있다.

◆나랏빚 증가폭도 역대 최고=3년 연속 저(低)성장 속에 국가재정은 나날이 부실해지고 있다. 정부가 분배개선과 자주국방 등을 내세워 씀씀이를 키우고 있는데 비해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해 세금은 적게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말 126.6조원이던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해 238.8조원으로 현 정부 들어 무려 112.2조원(88.6%) 급증했다.

◆"이대로 가면 경제위기 올 것"=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추세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의 경기둔화 현상을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며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구조적 저성장 문제는 외환위기 이전부터 제기됐는데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설사 올해 성장률이 5%를 달성한다고 해도 이는 일시적 반등효과에 따른 것으로 좋아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현 정부) 전반기의 경제성적 부진은 신용불량자나 가계대출 문제 등 이전 정부의 정책후유증 때문"이라며 "과거 정부들처럼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적이 더 부진하게 보이지만 남은 기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