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김태우(金泰佑·35) 펀드매니저(팀장)는 지난달 20일
스페인 인근 해안에서 유조선 좌초 사건이 터지자 마자 국내
조선(造船)업체의 주식을 100억원 어치나 대량 매입했다. 대형 기름 유출
사건이 터진 만큼, 각국 정부가 유조선의 저장 시설 규제를 강화할
것이며, 이는 결국 조선 업체들의 신규 수주(受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 팀장은 "이 판단이 맞아 떨어지며,
조선업체의 주가는 한 달 만에 30%나 올랐다"고 말했다.

올 해로 9년째 펀드매니저를 하고 있는 김태우 팀장은 주식 시장이
지지부진했던 올해 최고의 스타 펀드매니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운영중인 '디스커버리' 펀드(운영액은 2713억원)는 지난해 7월 첫
탄생이후 올해 12월 12일까지 75.4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난해 7월 김 팀장에게 1000만원을 맡긴 고객은 지금까지
75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비록 최근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종합주가 지수의 상승률(20.51%)을
세배 이상 앞서는 기록이다.

김 팀장은 자신의 주식 투자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경기가
호전되면 주식을 사고, 경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주식을 판다'는 주식
투자의 제1계명에 충실하면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 김 팀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수출기업 등 경기 변화에 민감한 주식을 많이
편입하고, 경기가 둔화될 것 같으면 제약·식음료주 같은 경기 방어주를
많이 산다"며 "일반 투자가도 이 원칙에 맞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팀장은 지난 4월 종합주가지수가
'940'을 넘어서자, 경기 회복속도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했다고
판단, 경기 민감주를 대거 팔아치우고 대신 경기 방어주를 많이 샀다.
결과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스커버리
펀드'는 다른 펀드에 비해 손실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 팀장의 두 번째 주식 투자 비결은 '끝없는 공부'이다. 일주일에
이틀은 반드시 기업 현장 탐방을 가고, 틈만 나면 기업·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최신 정보를 듣는다. 김 팀장은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150개씩 쏟아지는 보고서를 보고, 철강·전자·식음료 등 각
업종별로 전문 신문을 반드시 읽으면서 정보를 얻는다"며
"펀드매니저의 구두 뒤축이 얼마나 빨리 닳느냐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달라진다는 증시 격언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최근 들어 조금씩 전기·전자주, 수출주 같은 경기 민감주의
비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그의 투자법에 따르면, 내년 주식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김 팀장은
"미국·이라크 전쟁 같은 돌발변수가 있지만, 내년도 경제가 급격히
나빠질 확률은 적고, 증시의 유동성은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지수가 900선을 넘어서려면 지난 2000년의 IT붐 같은 대형 호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하나은행에서
주식·채권·선물(先物)을 운용하다가 지난 2000년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겼다. "50세 넘어서도 일선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