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모스크바사무소는 지난 14일 내외신기자들에게
러시아 경제의 실상을 분석·공개하는 브리핑을 했다. 지난 92년
사무소 개설 이후 처음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IMF의 '의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고, 러시아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

브리핑에 참가해 러시아 경제의 실상을 공개한 권구훈(權九勳·39)
IMF 모스크바사무소 부소장은 기자회견 후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MF의 자료공개와 브리핑이 러시아 정부 정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하지만 러시아 경제가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부소장은 "IMF가 러시아의 경제 실상을 자체 평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여론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해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부추길 의도를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외환보유고 문제는 러시아의 최대 경제현안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70억달러까지 늘어났지만 환율이 고정돼 있어
통화 문제의 재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환자유화가 고려돼야 할
시점입니다."

그는 러시아의 4대 개혁과제로 금융개혁 전기·가스 등 독점기업
구조조정 행정개혁 무역거래 개혁을 들었다. 98년 통화위기를
겪었던 러시아는 현재 원유수출 호조 덕에 경기(景氣)는 좋아졌으나,
개혁 작업은 순조롭지 못하다

권 부소장은 "러시아 정부가 IMF의 독자적 행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공개하고,
정책 토론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씨는 1992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IMF에 들어와 워싱턴 본부, 우크라이나 키예프 사무소장을 거쳐
2년전 모스크바에 부임했다.

(모스크바=鄭昺善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