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버클리 분자과학연구소의 시드니
브레너(75·영국인),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존 E 설스턴(60), 미국
MIT대의 H 로버트 호비츠(55) 등 3명은 세포들이 유전자에 의해 어떻게
성장하고 죽어가는지를 규명, 세포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수백가지 형태의 세포는 수정된 난자, 즉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한다. 이후 태생기 때 급속히 증식,
간·심장·뼈 등 다양한 조직과 장기로 성숙되고 특화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한편, 일부 세포는 소멸해 떨어져 나간다. 이
과정이 서로 평행선을 그으며 완전한 조직과 장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어른의 몸, 성체(成體)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어난다. 이처럼
세포가 조직의 완전한 기능을 위해 스스로 제거되는 것을 '프로그램된
세포의 죽음' 또는 '세포의 자살'이라고 부른다.

이번 수상자들은 이런 세포의 자살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성체의 크기가 약 1㎜인 '예쁜 꼬마 선충(線蟲)'을
실험모델로 해서 수정란이 성체로 자라는 과정의 세포분열을 추적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의 자살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가
밝혀졌으며, 아울러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에서도 그 같은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 전까지는 세포의 죽음이, 수명을 다한 세포의 자연스러운 소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로 세포가 능동적인 자살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로써 세포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는 암(癌)은 세포
자살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기 시작했으며,
에이즈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포가 대거 죽는 현상은 이 유전자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오작동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서정선(徐廷瑄) 교수는 "현재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세포의 자살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