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하락할수록 더 잘 팔리는 '불황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주는 판매량이 꾸준히 느는 대신 위스키·맥주
소비량은 주춤하고 있다. 또 백화점은 매출 부진을 겪고 있지만 할인점의
매출 신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10~30%
정도 싼 할인점 PB(유통업체 자체 개발 브랜드) 상품이 올 하반기 들어
판매가 급증해 할인점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류업체들이 잠정 집계한 10월 판매실적을 보면, 소주는 10월 한달 동안
7만5687㎘가 팔려 7월(6만9201㎘)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위스키는 8월에 50만7386상자를 팔아 정점을 넘은 뒤
48만5114상자(9월) 46만3757상자(10월)로 판매량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 김일주 마케팅이사는 "이대로라면 매년 누렸던 연말
특수도 불투명하다"고 걱정했다. 맥주도 대목인 여름 한철이 지난 뒤
9~10월 16만8561㎘에서 15만1779㎘로 주춤하는 양상이다.

저가의 할인점 PB상품도 불황 덕을 톡톡히 보는 품목이다. 신세계 할인점
이마트의 경우 올 8월까지의 PB상품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13.4%를
차지했으나 9월에는 13.6%, 10월에는 14.2%로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롯데 마그넷도 마찬가지. 올 1월 동기 대비 11월(1~26일) 매출이 마그넷
월드점은 43.8%, 구리점은 45%까지 껑충 뛰었다.

이마트의 PB상품인 '이플러스' 휴지(P&G제조)는 1~8월 평균 매출액이
월 7억8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9월에는 7억5700만원, 10월 8억9300만원으로 올랐으며 11월에는 1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주부들이 많이 쓰는 '투모로우'
스타킹(비비안)도 10월에는 1~8월 평균 매출액(35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6600만원어치가 팔렸다. '이플러스' 우유 역시 올 9월부터
가파른 매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마그넷 PB 우유인 '마그넷 그린시유'는 월드점의 경우 최근 매출액이
1~8월 평균보다 21% 늘었으며 '마그넷 엠보싱 화장지'는 39.4%까지
신장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PB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 National Brand)의 우유, 화장지 등은 하반기 들어 매출이
상반기보다 20% 정도 하락했다. 이마트의 생활매입팀 손승우 부장은
"주부들이 지출 규모는 줄이더라도 생필품은 소비할 수밖에 없어 저렴한
PB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