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재정경제부의 [모피아(Mofia·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세력과 기획예산위원회의 [EPB(옛
경제기획원)] 세력이 경제 정책의 주도권 확보를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모피아는 이규성 재경부장관-정덕구
차관-김진표 세제실장이 주축으로, 정 차관의 고려대
동문인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도 지원을 요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PB 세력은 진념 기획예산위원장-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라인에 전윤철공정거래위원장,
이상만자민련 의원 등 EPB 출신들이 음으로 양으로
후원 중이다.

현재 모피아 세력의 목표는 재정경제부의 선임 부처 지위
유지와 예산 기능 확보. 재경부내에 경제정책국을 그대로
붙잡아두고 예산청을 예산실로 흡수, [예산과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무기로 선임 부처의 위상을 못박겠다는 전략이다.
재경부 입장에서는 특히 금융감독위원회에 국책은행 감독권과
금융기관 인-허가권, 그리고 공정위에 소비자 정책기능을 각각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데다, 예산청마저 놓칠 경우 [모피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집단 위기의식마저 표출되고 있다.

만일 모피아의 뜻대로 될 경우 기획예산위는 그동안
예산청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재정기획국마저 빼앗기게 돼
사실상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이 때문에 기획예산위는 작년초 1차 정부조직 개편 때 야당의
반대로 쪼개진 예산청을 통합하고 재경부의 경제정책국을
넘겨받아 [경제기획원]을 부활시키면서 내각의 [맏형]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양 세력의 대결은 이미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EPB 세력은
{지난 40년간 모피아의 실정으로 IMF 위기가
초래됐다}며 [IMF 책임론]으로 공격중. 이에 대해 재무부
세력들은 {강경식씨 등 전임 경제부총리들은 EPB 출신들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지난 5일 저녁 기획예산위원회가 제2차 정부조직개편 공청회
시안을 설명하기 위해 17개 부처 기획관리실장을 초대한
회의에 재경부는 유독 재무부출신인 김진표
세제실장을 참석시켰다. 재경부 관료들이
{경제정책조정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예산기능이 재경부로
와야한다}며 각 언론사에 전화공세를 펴는 것도 다른 부처와
다른 모습.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모피아는 너무도
조직적}이라는 격한 표현을 쓰기도했다.

또 재경부는 {민간 경영진단팀이 당초 예산 기능을 재경부에
두는 방안을 채택하도록 건의했으나, 기획예산위가 이를
묵살하고 자신이 예산 기능을 갖는 안을 1안으로 바꾸었다}고
비난하고있다. 이에대해 기획예산위는 {컨설팅업체의
인허가권을 쥐고있는 재경부가 압력을 행사해 경영진단자체가
변질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서고있다.

제2차 정부조직개편 최종안은 이달 중순쯤 확정되지만, 7일
현재까지는 모피아쪽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열리는 공청회 시안에선 재경부가 경제정책조정기능 및
선임부처를 유지하는 방안이 확정 상태. 모피아는 일단
수성에는 성공한 셈.

이에 따라 누가 예산권(예산청)을 가져가느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