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팀이 'RSR-S' 장치를 통해 1기압에서 만들어낸 다이아몬드 결정의 모습./IBS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려면 5~6만 기압과 1300~1800도에 이르는 극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은 지구 내부의 50~250km 부근(맨틀)에서나 가능하다. 엄청난 압력과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탄소 원자로부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고온·고압 조건에서만 다이아몬드가 합성된다는 패러다임을 깨고 세계 최초로 대기압인 1기압에서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로드니 루오프 연구단장 연구팀은 갈륨, 철, 니켈, 실리콘으로 구성된 액체 금속 합금을 이용해 1기압에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렸다.

다이아몬드는 보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전자기기의 열 전도체, 반도체의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방열 장치 등 산업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열 전도성이 우수하고 단단한 데다 내화학성도 뛰어난 탄소 물질이다.

문제는 다이아몬드를 합성하기가 여간 까다롭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섭씨 1300~1600도에 육박하는 고온과 표준 대기압의 5만~6만배에 달하는 고압 조건에서만 합성되기 때문이다. 고온·고압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압력 셀의 크기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 합성 가능한 다이아몬드의 크기도 매우 작다.

IBS 연구팀은 기존의 다이아몬드 합성 패러다임을 완전히 깨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1025도의 온도에 1기압 압력 조건에서 다이아몬드를 합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빠르게 가열과 냉각이 가능한 ‘RSR-S’이라는 장치를 자체 제작했다. 실험 준비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3시간에서 15분으로 단축했다. RSR-S 장치는 온도와 압력을 빠르게 조절해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드는 장치다. 다이아몬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온도, 압력, 액체 금속 합금 비율 조건을 찾기 위해 수백 개의 매개변수를 이 장치를 통해 조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메탄과 수소에서 갈륨 77.75%, 니켈 11.00%, 철 11.00%, 실리콘 0.25%로 구성된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액체 금속 합금의 하부 표면에서 다이아몬드 구성 물질인 탄소가 확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광 발광 분광법’을 통해 이 다이아몬드 내 실리콘 공극 컬러 센터 구조도 발견했다. 이 구조는 액체 금속 합금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실리콘이, 탄소로만 이루어진 다이아몬드 결정 사이에 끼어들어 있는 구조다. 실리콘 공극 컬러 센터 구조는 양자 크기의 자성을 가져 자기 민감도가 높고, 양자 현상을 띤다. 연구팀은 나노 크기의 자기 센서 개발과 양자 컴퓨터 분야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액체 금속 합금을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이번 연구의 발전 가능성과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찾은 액체 금속 합금 외에도 또다른 옵션을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만들거나 더 크게 성장할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반도체, 기계 산업과 같은 주요 산업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합성 원천기술을 획득했다”며 “한국이 앞으로 빠르게 응용 분야를 확장해 관련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IBS 연구팀. 왼쪽부터 로드니 루오프 연구단장, 성원경 연구위원, 다 루오 연구위원, 얀 공 학생연구원./IBS

참고자료

Nature(2024), DOI : https://doi.org/10.21203/rs.3.rs-3130239/v1